병석에서 일어난 송나라 황제 인종은 재상 이여간을 급히 불렀다. 나라 일이 궁금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황제의 부름을 받은 이여간은 서둘지 않고 천천히 걸어갔다. 늦게 도착한 이여간을 보자 화가 난 황제는 “짐이 그렇게 급히 불렀는데 왜 늦었소” 따졌다. “폐하의 병에 대해 온 조정이 걱정에 쌓여 있습니다. 제가 급히 달려오면 무슨 변고가 생긴 것 아닌가 하고 모두 놀랄 것입니다. 신은 그 점을 염려했습니다”

재상의 말과 행동은 모두 국민의 주목 대상이다. 의연하고 안정된 몸가짐이야 말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이여간 처럼 큰 자리에 있을 때 언행을 더욱 조심하는 것이 재상의 몸가짐이다.

“재상이란 위로는 천자를 보좌하고 국가조직의 균형과 조화를 꾀하며, 아래로는 온 백성에게 국정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한나라 때 명재상 진평의 재상 철학이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뒤 조참을 재상에 임명했다. 전쟁에는 9단이었지만 정치엔 문외한인 조참은 노자의 정치철학을 공부한 한 도인에게 재상이 해야 할 일을 물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작은 생선을 굽듯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며 노자의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을 당부했다. 참견을 줄이고 언행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제나라 경공 때 하늘에 불길한 혜성이 자주 나타나 왕이 눈물까지 흘리며 불안해 했다. 그 때 재상으로 있던 안영이 껄껄 웃으면서 왕에게 말했다. “나라의 흥망은 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보다 권력을 남용하고 정치를 농단하는 세도가 전(田)씨 집안이 문제입니다”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전씨도 안자를 노려볼 뿐 아무 대꾸도 안 했다. 백성들로부터 신망을 받는 안영을 권력 실세도 어쩌지 못했다. 권력이 권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신망이 권위를 높이는 것이다.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우고 나면 새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라고 한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 바로 세워진 세월호에 의혹이 쏟아질 흔적이 없었다. 총리의 입이 너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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