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4시 오프닝 행사…6월 17일까지 열려

역사의 현장에서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광부의 역사를 잡아 두는 박병문의 탄광 일기 ‘검은 빛의 역사 앞에서 검은 땅, 검은 물, 검은 얼굴’ 사진 전시회가 이달부터 6월 17일까지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길 ‘포항 아트갤러리 빛’에서 열리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오프닝 행사는 오는 26일 오후 4시에 가진다.

19세기 이후, 역사는 더 이상 문자적인 기록에만 의존하지 않게 됐다. 사진기의 발명과 녹음·녹화 등의 기술이 개발되면서 역사기록의 방법은 매우 다양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신기술은 어떤 의미에서 문자보다 더 효과적인 기록방법을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사진은 그 특성상 역사와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바로 시간의 각인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사진에는 이미 지나가 버린 어떤 시각(時刻)이 각인돼 있다. 그런 점에서 사진의 시제는 과거이다. 사진은 가정법이 없다. 사진은 직설법적인 과거의 매체이다. 사진을 역사와 연계시키는 고리도 바로 이것이다. 사진이라는 매체에 의한 표현에는 과거의 직설적인 기록이라는 점에서 역사성이 내포돼 있는 것이다. 사진이 흔히 입증의 수단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도 이 역사성에 말미암는다.

사진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바로 현장 기록에 있다. 이 점이 역사가가 기술하는 ‘역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역사가의 기록이 사후적인 것임에 비해 카메라에 의한 기록은 현장에 즉한 것이다. 이 현장성이야말로 사진 고유의 특성이며 사진의 역사성의 근거이다.

이 때문에 사진의 가장 큰 역할은 사실을 증명하는 보고서로서의 역할이다. 사진(寫眞)이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가 ‘있는 그대로를 베끼다’라는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진은 리얼리즘 사진에서부터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리얼리즘 사진의 실체는 자연의 형태미를 추구하는 외형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 본연의 내적·정신적 본질을 중시하며, 그들의 삶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기록함으로써 사진의 역사성은 물론 인간의 삶의 시·공간적 현실을 사회에 보고하는데 관점을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병문 작가의 ‘탄광 일기’는 바로 검은 빛의 역사이자,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계보를 잇고 있다.

박병문은 검은 땅, 검은 물, 검은 얼굴의 고단한 숨결이 한 땀 한 땀 역사를 새겨가는 그곳, 태백 탄광촌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어 아버지의 역사와 아버지와 함께한 또 다른 광부 아버지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사진은 수천m 지하 막장의 작업과정을 생생한 이야기로 들려준다. 가족을 책임진 광부 아버지의 힘겨운 노동, 여성 석탄부의 고단한 삶의 몸부림은 단지 광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난 시대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이자, 이 땅에 살았던 민초들의 땀과 눈물 이야기이다.

“검은 물이 흐르는 거무내를 보셨나요. 우리 마을에는 검은 시냇물이 흘렀습니다. 어린 제 눈에 비친 검은 물은 신기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검은 산하에서 흘러나온 광부의 땀이요. 눈물인 줄 장성한 이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박병문의 흑백 사진에는 검은 땅, 검은 얼굴, 검은 먼지, 검은 물이 흐르는 탄광촌으로 온통 검고 어두운 빛뿐이다. 어디에도 아름다운 꽃, 새, 나무와 같은 녹색과 푸른색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숭고하며, 숙연하기까지 하다.

박병문의 작품이 감동을 주는 것은 그가 지닌 사진술의 기교가 아니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광부들의 삶이 그의 렌즈 속에 영원히 부활했기 때문이다.

박병문의 사진들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역사의 현장에서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광부의 역사를 잡아둔다. 그의 작품은 리얼리즘 계보를 잇고 있으며, 고난의 생활 속에서 찾아낸 인간 내면의 진솔한 아름다움이 있다. 박병문 작가야말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광부의 역사를 기록하는 진정한 광부의 아들이다.
박병문의 탄광 일기 검은 빛의 역사 앞에서 검은 땅, 검은 물, 검은 얼굴 사진전시회가 내달 17일까지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길 ‘포항 아트갤러리 빛’에서 열리고 있다.
박병문의 탄광 일기 검은 빛의 역사 앞에서 검은 땅, 검은 물, 검은 얼굴 사진전시회가 내달 17일까지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길 ‘포항 아트갤러리 빛’에서 열리고 있다.
박병문의 탄광 일기 검은 빛의 역사 앞에서 검은 땅, 검은 물, 검은 얼굴 사진전시회가 내달 17일까지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길 ‘포항 아트갤러리 빛’에서 열리고 있다.
박병문의 탄광 일기 검은 빛의 역사 앞에서 검은 땅, 검은 물, 검은 얼굴 사진전시회가 내달 17일까지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길 ‘포항 아트갤러리 빛’에서 열리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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