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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1945년 36년간의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의 기쁨을 누렸던 대한민국은 해방 직전 마련된 ‘미국 일반명령 제1호’에 의해 남과 북으로 분단됐다.

일반명령 제1호의 주 내용은 한반도 북위 38도 이북 지역은 소련이, 이남 지역은 미국이 통치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냉전시대 이데올로기 전쟁의 서막을 알린 것이었고, 불과 5년 뒤인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1953년 7월 27일 3년간의 전쟁은 멈췄지만 65년째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았다.

그런 대한민국이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무려 65년 만에 ‘종전(終戰·전쟁을 끝냄)’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참으로 기쁘고 다행스러운 이야기다.

그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북한 방문을 시작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경제협력과 평화무드 조성에 나선 적은 있지만 종전카드가 공식적으로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의 의미는 자못 크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전 선언합의문이 마치 대한민국의 통일을 가져올 것 같은 섣부른 판단을 넘어 국방력 축소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종전을 통해 통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을 이뤄지면 국방력도 축소해야 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국군조직 축소를 위한 작업에 들어가 최근 70여 명의 장군을 감축하는 안이 마련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군 의무복무 기간도 18개월로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비대한 조직을 축소하는 것은 효율적인 군 운영에 있어 꼭 필요한 조치라 생각되지만 의무복무 기간 축소를 비롯 최근 일고 있는 국방력 축소 움직임은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592년 임진왜란과 1910년 한·일병합 과정의 원인을 살펴보면 국제정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오랜 평화무드에 젖어 국방을 소홀히 했다는 공통분모로 귀결된다.

역사 이래 인류는 자신의 힘만 있다면 언제든 상대국가를 침범해 왔으며, 지금도 그 약육강식의 세계는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한 과정을 19세기 군인이자 군사평론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의 저서 전쟁론에서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 행동의 연장’으로 정의를 내렸다. 즉 인류의 역사가 이어지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으며, 그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한반도는 지정학적 특성상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세계 최강대국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어쩌면 지난 65년간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려 이들 강대국의 완충지대 역할을 통해 군사적 위협을 적게 받았을지 모르지만 만약 통일이 된다면 국방전력은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4·27선언으로 종전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지만 국방 부담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베게티우스의 말을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할 때다.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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