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경주지역위원회 위원·여행작가
우리는 그동안 편리함과 경제성이라는 이유로 아파트를 선호해왔다.

아파트는 동일한 면적에 가장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고 관리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 그래서 한때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경제 개발의 상징이자 성과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다.

이제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지금 다시 한 번 우리의 주거 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아파트는 꼭 같은 구조를 가진 세대들이 마치 레고 블록처럼 포개져 있다. 그리고 아파트 동의 모양도 거의 천편일률적이다.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답지 못하고 정서적으로도 삭막하고 획일적인 느낌이 든다.

유럽 여행을 가서 동화처럼 아름다운 전원주택들을 보다가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때 마주치는 대규모 회색 아파트 단지를 대하면 가슴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파트 주변을 보아도 거대한 간판과 무질서한 현수막 등이 합해져서 도시 경관이나 디자인은 포기하고 산다는 느낌마저 드는 곳이 있다.

동물들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더라고 밀집해서 살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삭막하고 과밀한 공간에 살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범죄의 증가 등 각종 사회 문제가 많이 생겨난다. 그래서 이것을 해결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아파트에 삶으로서 생기는 이익을 초과해 버릴 수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느라고 고심하고 있다. ‘초연결’, ‘초지능’ 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창의성은 올바른 인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한다.

이제는 준비라는 것이 과거 산업화 시대처럼 ‘남이 한 시간 할 때 나는 두 시간 한다’라는 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유를 가지면서 자신감과 품격을 길러야 올바른 인성과 창의력이 생긴다.

우리 교육계에서는 인성과 창의성도 가르치고 평가하려고 한다. 올바른 인성과 창의성은 가르쳐서 계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잠재상태인 그것들이 표면으로 떠오르도록 유도할 수 있을 뿐이다.

주입식 교육과 획일적인 평가로는 오히려 인성과 창의성을 막아 버리게 된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 혁명의 준비가 부족한 것도 이러한 부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의식이 바뀌어야 환경이 바뀌는 것이 사실이지만 거꾸로 환경을 바꾸어도 의식이 영향을 받는다. 아름답고 여유 있는 그리고 친환경적이며 안전한 주거 환경을 만들면 저절로 문화와 예술이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이 길러진다. 이러한 토대는 마련하지 않고 경쟁력을 짜내기만 해서 그것이 나아질 리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산업화의 부산물인 아파트를 떠나서 오랫동안 인간의 삶의 터전이었던 전원으로 돌아갈 때이다.

이제 산업화는 이루었으니 한 차원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등장한 남해의 ‘원예예술촌’이나 ‘독일 마을’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전원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목가적인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거 환경이 문화발전과 국가 경쟁력과도 관련이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집에 대해서도 거시적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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