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한다. 지난 15일 안미현 검사의 문무일 검찰총장 수사 외압 폭로에 이어 양부남 검사장이 이끄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의 이른바 ‘항명’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의 항명 파동에 ‘사상 초유’라는 표현은 이제 상투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가깝게는 지난 2013년에 있었던 ‘윤석열 항명파동’이 있었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를 맡은 특별수사팀이 결재권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배제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조 검사장은 윤석열 수사팀장을 징계에 회부했다.

이 일이 있은 뒤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검사는 “검사장에게 보고했지만 ‘야당에게 좋은 일 시켜줄 필요 있느냐’며 반려했다. 위법적 지시여서 도저히 따를 수 없었다”는 폭탄발언을 쏟아 놓았다. 이 일로 윤 검사는 국민적 영웅이 됐지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고 한직을 전전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윤 검사는 당시 항명 대상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의 자리에 앉았다.

이보다 1년 앞서 이른바 ‘검란’ 사태가 있었다. 2012년 검찰 고위직 김광준 부장검사의 비리사건에 이어 ‘피의자와 성관계’ 사실이 들통나 검찰총장 퇴진까지 불러왔던 전 모 검사, 복잡한 치정관계에 얽혔던 벤츠여검사 사건 등이 터졌다. 추문이 잇따르자 한상대 검찰총장의 책임론이 대두 됐다. 이 ‘검란 사태’는 한 검찰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마무리됐다. 이 보다 앞서 1999년 ‘심재륜 항명파동’으로 불리는 검란이 발생하는 등 사례가 많다.

검찰조직에는 ‘검찰총장부터 말단 평검사까지 한 몸과 같다’는 ‘검사동일체’원칙이 있다. 이 원칙이 만들어진 것은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 검사 개인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막기 위해서다. 이 원칙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때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조항으로 명문화된 이후 50년 넘게 검찰조직의 운영 원리로 적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일선 검사와 검사장급 간부가 검찰총장의 지휘권 행사에 반발하면서 불거진 ‘항명 사태’로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이 완전히 무너졌다. 검찰 조직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새롭게 손질해야 시점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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