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 올 근로시간 단축제가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근로시간 제도가 바뀐 것은 2004년 주 40시간제 도입 이후 14년 만이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단숨에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이나 줄이는 급격한 변화다.

장시간 근무관행을 바꿔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루기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한다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서 보듯 기업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앞서 시행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이상을 좇다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한국 노동계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으로 부작용을 막겠다는 정부의 대책도 문제지만 당장 산업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정상조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현장 안정대책에는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이 인력을 신규 채용하면 1인당 3년간 매달 60만 원을 지급 받게 돼 있다. 종전보다 20만 원 늘어난 것으로 증액분은 2020년 제도가 전면 시행되기 전에 고용을 늘려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처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일감이 들쭉날쭉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률적 근로시간 단축은 납기 맞추기에 치명타라는 것이다. 업종별로도 건설이나 IT 분야는 한꺼번에 일감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시차를 두고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번 노동시간 단축의 혜택이 ‘그림의 떡’이다. 2015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 초과 근무자 비율이 21.1%로 가장 높다. 이들 업계의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에게도 득보다 실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휴일 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현장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만 더욱 높아졌다. 국내 임금 체계는 대부분 기본급이 낮고 연장·초과근로 등 각종 수당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임금 중 초과급여는 총액 대비 약 30%에 이른다. 임금체계가 합리적으로 개편되지 않는다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로시간 단축의 역풍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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