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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북한이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과 태영호 전 공사의 국회 발언을 문제 삼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단장인 리선권 위원장을 내세워 청와대와 우리 정부 당국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고 북미회담 취소 경고까지 할 뿐만 아니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한 방북기자단 명단도 수령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면서 순풍을 타는 것 같은 남북관계가 회담 20여 일 만에 냉기류에 휘말려 출렁이는 기색이다.

북한은 판문점 회담 후 미국 측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요구조건에 더하여 생화학무기도 비핵화에 포함시키고 핵무기 폐기도 미국 측이 맡아 처리해야 한다는 항구적 핵 폐기 요구에 북미정상회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하여 우리 정부와 미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2차 정상회담을 통하여 중국과 밀착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서 좀 더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우군을 가진 것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와 우리 정부가 이러한 냉기류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 핫라인 전화통화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접촉 등을 통하여 남북과 북미 협상열차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대화는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북한과 접촉해야 하는 것이고 너무 조급증을 가지고 설익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대화 과정에는 극복해야 할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대화의 성공 여부는 남과 북이 서로 그 필요성을 간절하게 느끼는 것인가에 달려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평화회담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여부는 북한이 대화의 간절한 필요성을 느끼는가 여부로 알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화의 간절한 필요성을 느낀다고 판단될 때 북한의 어깃장 발언이나 행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흔들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협상을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그 필요성을 간절히 느끼지 않는데 우리 정부만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대화에 매달리게 될 때 우리는 북에 평화를 구걸하는 양상이 되고 엄청난 경제적 지원 대가를 치르고도 우리가 의도했던 결과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고 언제든 대화국면이 경색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에 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잘 조성해 가야 하고 북한이 대화의 필요성을 간절히 느낄 때 우리가 원하는 협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북한이 이미 달리기 시작한 남북, 북미 협상열차에서 뛰어내릴 수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유엔의 계속된 경제적 제재,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습의 위협, 장마당을 통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외부 정보의 유입, 탈북자들을 통한 북한 인권 실태의 폭로 등이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되게 하고 경제적으로 버티기 힘들게 하였으며 북한의 수령 절대권력체제를 평화협상의 장에 나오지 않을 수 없게 하는데 기여하였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남북 협상에서 상호 존중의 정신하에 대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면서도 북한이 평화협상의 간절한 필요성을 느끼고 대화에 진정성 있게 나서도록 계속적으로 그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한을 주도적으로 포용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주민의 삶을 억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김정은 체제가 현재 북한의 실질적 당국자이기 때문에 협상의 상대로 테이블에 앉는 것이지만 우리가 손을 잡고 대화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마침내 포용해야 하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아니라 북한 주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남북협상의 궁극적 목적은 북한의 개혁, 개방을 통하여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과 인권을 향상시키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며 통일된 한반도를 만드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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