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노새 한 마리가 마른 우물 속에 빠졌다. ‘이제 죽었다’고 절망한 노새는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노새 주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노새를 구해낼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노새의 고통을 덜어주는 유일한 방법은 노새를 빨리 죽게 하는 길 밖에 없었다.

노새 주인은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아 우물을 메우기로 했다. 모여든 사람들은 우물 속으로 흙을 퍼넣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한 노새는 죽음의 공포에 질렸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살길을 모색했다. 한참 지난 뒤 노새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져 우물 속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우물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노새는 흙이 한 삽 한 삽 떨어질 때마다 흙을 재빨리 털어내려 발로 다지고 있었다. 그러기를 계속하던 노새가 마침내 우물에서 뛰쳐나와 목숨을 건졌다. 노새는 죽음의 절망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 끝에 사지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둔 자유한국당의 처지가 우물에 빠진 노새 꼴이다. 남북 훈풍을 타고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비행 지지율과 함께 여당 지지율도 상승기류를 타는데 비해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판문점 선언’과 북미회담 강풍으로 판세가 꺾인 자유한국당이 ‘선거 필패의 우물’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6·13지방선거 결과는 보나 마나 여당의 싹쓸이를 점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충격,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인사실패, 드루킹 특검 등 여당의 대형 악재들이 잇따라 터지는데도 불구하고 여당 지지율은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4당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2배나 된다.

한국 정치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자유한국당이 있는지 없는지, 있으나 마나 하는 무기력 정당이 된 것은 강력한 대안세력의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필패의 우물’에서 벗어나려면 국민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을 다시 쌓아야 한다. 다시 쌓는 길은 ‘노새의 우화’에 있다. 갈 길은 바쁘고 시간은 촉박하다. 서둘러 노새의 지혜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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