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초···비용은 자체 예산 처리
5월 1일부터 유기견 포획 업무도

야간 당직근무를 하던 대구 동구청 공무원 A씨(32)는 지난달 14일 오후 7시께 동구 신천동 대구신세계백화점 인근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진돗개가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장비는 포대 자루와 목장갑뿐이었다. 결국, 갑자기 달려든 진돗개에 어깨와 팔을 물려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 수성구청 공무원 B씨(29·여)는 지난해 가을께 복부가 터진 채 도로에 나뒹굴던 개를 수습한 이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녀는 “당직 때 보기에도 끔찍한 동물 사체가 두렵기만 하다. 사체 수습 업무가 걸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할 정도다”라고 호소했다.

대구 동구청이 지역 최초로 동물 사체 수거 업무를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야간·휴일 당직 근무를 서는 공무원 대부분이 유기견 포획과 동물 사체 수거로 고충을 겪고 있어서다.

동구청은 21일부터 ‘로드킬’ 등으로 발생하는 동물 사체를 대행 용역에 맡겨 수습한다. 유기견 포획 업무도 다음 달 1일부터 전문 업체에 모두 넘긴다. 동구청은 지난 18일 민간 업체와 수의 계약을 맺고 평일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휴일에는 24시간 동안 2인으로 구성된 전문 인력에 동물 사체 수습을 맡기기로 했다. 구청 당직실에 신고가 접수되면 위탁사업자에 연락해 즉시 현장에 출동, 동물 사체를 수습한다. 비용은 올해 동구청의 자체 예산 중 사무관리비에서 지출했다. 동물 사체 수습에 들어가는 비용을 올해 하반기까지 계산해 구체적으로 집계되면 내년부터는 본예산에 포함할 방침이다.

유기동물 포획 업무도 앞서 계약한 대행업체와 계약 내용 일부를 조정해 야간과 휴일의 모든 포획 업무를 위탁할 계획이다. 비용은 기존에 편성된 야간유기동물보호사업비 6000만 원 등을 포함해 진행할 예정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유기동물 포획과 동물 사체 수습이 당직 공무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던 만큼 전문 인력에 위탁하면 업무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2차 안전사고 위험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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