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불로 오리고기 전문식당 운영 50대 여성 '충격'
60대 건물주 "지난 3월 명의 이전돼 하루빨리 비워줘야"

▲ 경주의 한 식당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식당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며 돌덩어리와 사토로 식당 마당과 출입구를 폐쇄해 말썽을 빚고 있다.
“돈만 있으면 법까지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부당한 행위를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집주인 때문에 화병을 얻어 드러누울 지경입니다.”

최근 ‘갑질’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경주의 한 식당 세입자가 건물주의 어처구니없는 횡포로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보문관광단지에서 불국사로 연결된 보불로에서 지난 2011년부터 오리고기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A씨(55·여)는 최근 건물주인인 B씨(66·남)가 영업을 못 하도록 큰 돌덩어리 수십 개와 다량의 사토로 식당을 폐쇄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A씨에 따르면 건물주 B씨는 지난 8일과 17일 두 번에 걸쳐 포크레인 등의 중장비를 동원해 50여 개의 돌덩어리와 트럭 2~3대 분량의 사토로 약 660㎡에 이르는 식당 마당과 출입구를 막아, 차량은 물론 손님들이 출입을 못 하게 했다.

특히 B씨 일행은 돌덩어리와 사토로 식당을 폐쇄한 후에도 수시로 찾아와 일방적으로 식당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며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횡포를 부려, 식당주인 A씨와 남편인 C씨(59)가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

이처럼 B씨가 식당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며 영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지난 1월 식당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매매된 후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지난 2011년 첫 계약 이후 매년 수백만 원에 이르는 임차료를 꼬박꼬박 지급해 왔는 데다 임대차계약기간도 내년 4월까지 1년 가까이 남아 있지만, B씨가 막무가내식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3년씩 연장하는 계약서 작성도 지난 2016년 이후 수차례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약서를 갱신해 주지 않으면서도 임대료는 정상적으로 받아갔기 때문에 계약서는 자동으로 갱신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계약서 내용이나 건물매매 등과 관련해 언급이 전혀 없다가 지난 1월 말부터 무작정 식당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집을 매매할 때 세입자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당연하지만, 전혀 그런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비켜달라는 것은 전형적인 가진 자의 ‘갑질’”이라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식당 업자가 몇 날 며칠을 문도 못 열고 있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에 대해 B씨 측 관계자는 “2년 전부터 내용증명 등을 통해 식당을 비워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3월 이미 명의가 이전됐기 때문에 하루빨리 식당을 비워줘야 하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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