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등 외신은 원산행···정부 "방북 무산 유감"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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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한 남측 기자단의 방북을 끝내 거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오늘 오전 9시 판문점 개시통화를 했고 기자단 명단(8명)을 통지하려 했으나 북측은 여전히 접수하지 않았다”면서 “오후 4시께 판문점 채널이 종료됐으며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측 연락관은 “(남측 취재단)지시받은 것이 없다”며 접수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취재진 8명은 전날 베이징에 도착, 판문점 채널을 통한 남북 협의 과정을 지켜보며 대기했지만 결국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북한이 지난 1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와 관련한 통지문을 남측에 보내 통신사와 방송사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한다고 알려왔지만, 정작 명단 접수는 거부했다. 남측은 지난 18일부터 명단 전달을 시도했다.

정부는 이에 조명균 통일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에 우리 측 기자단을 초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후속조치가 없어 기자단의 방북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남북 간 모든 합의를 반드시 이행함으로써 과거의 대결과 반목을 끝내고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것이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취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며 “북한의 이번 조치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23∼25일 사이에 진행될 예정이어서 남측 기자단이 추후 별도로 동해선 육로를 통해 방북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육로 방북에 대한 동향은 현재로선 전혀 없다”면서 가능성을 낮게 봤다.

남측을 제외한 미국과 영국, 러시아, 중국 등 4개국 외신기자단은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해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통해 원산으로 들어갔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한다며 남측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언론에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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