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한 탄광공업지대

명품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한 탄광공업지대 독일 졸페어라인


기능주의 미학에 충실했던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슙(Pritz Schupp)과 크레머(Martin Kremmer), 두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졸페어라인은 수 많은 탄광 중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탄광’이었다.


최대 연간 62억 3천만 달러의 연매출액을 창출해내던 졸페어라인을 포함한 루르공업지역은 석탄과 철강산업의 쇠퇴로 경쟁력을 잃고 급속히 몰락했다. 이후, 일반인들의 접근은 금지되었고 그 곳에는 황폐한 검은 땅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15년 후인 2001년, 완전히 폐허로 끝날 것 같았던 졸페어라인은 ‘지난 150년간에 걸친 주요 산업의 진화와 쇠퇴를 증명하는 훌륭한 물질적 증거물(세계문화유산 보고서 중)’이라는 근거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는 극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독일 주정부는 이 지역을 철거보다는 보존이라는 역발상 정책을 세웠고 일부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건물에 새로운 기능을 담고자 했다.


사실, 이곳이 보존 대상으로 주목받기 전, 이곳의 가치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예술가였다. 1992년 독일의 유명한 조각가 울리히 뤼크림(Ulrich Ruckriem)은 인적이 드문 폐광촌에 조각작품을 설치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바우하우스에 바탕을 둔 건축물에 힘입어 디자인은 이곳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세계문화유산 지정 후, 독일 주정부는 졸페어라인에 새로운 정체성과 문화를 부여하기 위하여 <엔트리 2006>이라는 100일간의 큰 전시를 기획했다. 이 전시는 디자인을 통해 졸페어라인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전시였으며,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산업폐기물의 무덤에서 졸페어라인은 디자인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또한 전시, 행사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도록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졸페어라인 경영학과와 같은 교육시설을 통해 장기적으로 예술문화 창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계속 되고 있다.


대표적은 예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Red Dot)의 디자인 공모전을 심사하고 전시하며 보존하는 레드닷 디자인 박물관이 유치되고 세계적인 디자인 아이콘의 상징이 되었다.


한국의 폐광촌들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안은 채 폐허로 방치되어 있고, 일부는 흔적도 없이 철거해버렸다.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보전하여 후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준 졸페어라인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치열했던 삶의 기록을 치우고 말끔히 정비하기보단, 과거 그대로의 공간을 재활성화 함으로써 추억과 정신과 문화와 역사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새로운 문화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 카드뉴스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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