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성 창설' 등 9개월 노력 결실
인권·국민권리 찾아준 지차체 복지행정 모범사례 주목

경주시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무연고 행려자 3명에게 국민으로서의 신분을 찾아 줘 눈길을 끌고 있다.

경주시는 최근 성과 이름을 알 수 없고,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되지 않은 3명의 무명인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주시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에 따르면 이들 무연고 행려자 3명은 각각 1992년, 1995년, 2005년에 발견됐으나, 본인의 신분이나 이름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지문조회와 신원조회는 물론, 출장을 통해서도 이들의 개인정보와 가족관계를 알 수 없어 지난 20여 년간 무연고 장기입원 행려자로 보호돼 왔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신분이 없어, 병원비 지원을 제외하고는 생계급여나 장애수당 등 사회의 가장 어려운 주민들에게 주는 최소한의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시는 인권과 복지 차원에서 신분 형성과 시설입소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8월부터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먼저 성(姓)을 창설하려면 법원에 성·본창설허가를 청구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가 않았다.

수십 가지 증빙서류가 필요하고 법원의 허가판결을 받기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후에도 가족관계창설허가라는 또 한 번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생활보장팀 직원들은 법률구조공단과 법원, 병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관계 기관의 협조를 받아서 절차를 진행했다.

9개월여의 이러한 노력을 통해 무연고 행려자 3인에게 새로운 신분을 제공하게 됐다.

이들에게는 각각 충효(忠孝) 조(趙)씨, 충효(忠孝) 심(沈)씨, 중부(中部) 심(沈)씨 라는 성과 본이 주어졌으며, 주민등록번호가 만들어 졌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무연고 행려환자에게 신분을 만들어 주는 절차를 넘어서, 대상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권과 국민으로서 권리를 만들어 준 적극적인 복지행정의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한명도 아닌 세 명에게 동시에 신분을 만들어준 이 사례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선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지역사회의 미담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남미경 복지정책과장은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신분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으나,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9개월의 긴 과정을 잘 마무리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당연히 누린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 사례자들을 발굴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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