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인구의 인도 사람들은 죽음을 영원한 자유를 얻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죽은 시신을 화장함으로써 원소가 분해돼 대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인도인들은 화장한 재가 강물에 뿌려지는 것만으로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믿음 때문에 인도인들은 80% 이상이 전통 화장법을 따른다. 특이한 것은 사고나 전염병, 임산부 등은 화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르마(업)와 다르마(의무)를 다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성스러운 화장이라 믿기 때문이다.

인도보다 화장률이 높은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100% 화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개인분묘를 쓰지 않는다. 정부가 유골을 남기지 않는 장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유골을 바다에 뿌리거나 유골림을 조성해 나무뿌리에 뿌리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에는 국가 1급 화장장인 동교 빈의관이 유명하다. 이 화장장은 공원 같은 분위기로 수십 대의 차량이 주검을 운송하고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화장로가 갖춰져 있다. 비용도 저렴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본 정부도 정부의 철저한 법적 규제와 행정지도로 화장이 정착돼 있다. 일본에는 화장터와 납골당이 만원이어서 시내 중심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도심형 납골당도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최근 우리나라도 매장문화가 급격히 쇠퇴하고 화장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06년 80%던 화장 선호도가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90%를 넘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연장을 선호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숲 속의 나무 주변에 뿌리거나 묻어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특징인 장례방식이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영결식이 22일 엄수됐다. 자연장인 수목장으로 간소하게 치러져 화제가 되고 있다. 고인은 회장 취임 다음 해인 1996년 기자간담회에서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다. 나는 죽으면 화장하도록 하겠다”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고인이 97년 설립한 LG상록재단 역시 자연 환경과 생태계 보존을 위한 공익재단으로 장묘문화 개선 활동을 펼쳐왔다. 고 구본무 회장의 모범을 계기로 수목장 등 자연장이 장례문화의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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