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조직적 은폐 혐의 등 불법 수주·불량 볼트 사용 적발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된 반월당역 모습. 경북일보 DB.
233억 원 짜리 대구도시철도 2호선 스크린도어 설치사업을 부정하게 수주한 뒤 법으로 금지된 일괄하도급을 주고, 불량 볼트 사용 등 비리가 드러나자 조직적으로 은폐한 대기업 직원 등 10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김석우)는 현대로템 중간관리자 A씨(46)와 현장소장 B씨(57)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전 시스템 사업실장 C씨(55)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C씨 등은 2015년 6월 스크린도어를 직접 생산할 설비 등이 없는데도 허위 서류 등을 조달청에 제출해 입찰참가 등록을 받고 5개월 뒤 허위 서류 등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대구지방조달청을 속여 2호선 스크린도어 제작·설치공사를 수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조체 제작 외에 법으로 금지된 설치·전기공사까지 포함해 177억 원에 일괄하도급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장소장 B씨는 2016년 8월 승인받지 않은 제조사의 앵커볼트를 사용한 사실 등을 숨기기 위해 앵커볼트 공급사 명의의 허위 거래명세서 등을 변조해 제출했으며, A씨는 지난해 2월 일괄하도급 관련 수사를 받게 되자 하도급업체로 하여금 시공이 아닌 단순히 물품만 납품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허위발주서를 작성하도록 증거위조를 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로템은 대구도시철도공사로부터 앵커볼트 5228개 중 단위 면적당 견딜 수 있는 최대하중을 말하는 인장강도가 높은 회사의 앵커볼트를 쓰기로 해놓고서도 인장강도 절반 수준인 업체의 제품 84.7%(4429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인발테스트 결과 애초 승인된 업체의 앵커볼트는 4개 시험에서 설계 시 예상된 하중을 견뎠지만, 무단으로 사용한 업체의 앵커볼트는 5개 시험에서 2개가 하중을 견디지 못했다. 앵커볼트가 빠지거나 구조물이 파손되는 결함이 발견됐다. 현대로템은 2016년 8월께 미승인 부품 사실이 일부 드러나자 사용 갯수를 4429개가 아닌 850개로 해서 도시철도공사에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심우정 차장검사는 “시민의 생명 선이라 할 수 있는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공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칫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줄 우려가 있는 범행을 밝혀내 향후 유사사례 재발을 막았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