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영웅 펠레는 축구 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출중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은 그의 경기매너였다. 언제나 상대방 선수를 적이 아닌 선의의 경쟁자로 대했고, 관중들에겐 진심으로 존중을 표했다. 아무리 격렬한 경기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그라운드의 신사였다. 이 같이 대단한 감정조절 능력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 덕분이었다.

펠레는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였던 아버지의 경기를 자주 보러 갔다. 어느 날 아버지는 드리블로 상대 선수를 제쳤지만 머뭇머뭇하다가 골을 넣지 못했다. 펠레 옆에 앉아 있던 관중들이 아버지를 향해 욕과 야유를 퍼부었다. 이에 격분한 펠레는 옆 관중들과 싸움을 벌여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으나 간신히 진정됐다.

그날 밤, 아버지는 펠레에게 정중히 타일렀다. “화가 나는 것은 스스로 화가 났기 때문이다. 화가 난다고 남에게 시비를 거느니 제 몸을 걷어차는 게 낫다. 경기장에서 뛸 때는 화를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 펠레는 그 후 축구선수가 되어서도 아버지의 충고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어느 날 펠레는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다가 아버지에게 들켰다. “넌 축구에 재능이 있고, 일류선수로 성공할 가능성은 있지만 담배를 피우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 90분 동안 경기장을 누빌 수 있는 건강과 체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네 스스로 선택해라. 만일 위대한 축구선수를 포기하고 계속 담배를 피울 생각이면 이 돈으로 사서 피우도록 하라” 아버지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펠레에게 건넸다. 펠레는 두 번 다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포항스틸러스 감독을 지낸 황선홍 감독도 축구선수로 대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덕이 컸다. 어릴 때 가난했던 아버지가 사준 싸구려 축구화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아버지는 지혜와 사랑으로 자식의 일생을 이끌어주는 ‘인생멘토’다. 멘토는 결정적 순간에 정서적 안정과 자극을 준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