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커다란 손 같았다
밑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손
쓰러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감싸주는 따뜻한 손
바람처럼 스쳐가는
보이지 않는 손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물과 같은 손
시간의 물결 위로 떠내려가는
꽃잎처럼 가녀린 손
아픈 마음 쓰다듬어주는
부드러운 손
팔을 뻗쳐도 닿을락 말락
끝내 놓쳐버린 손
커다란 오동잎처럼 보이던
그 손




감상) 화분에 물을 주다 알았다. 내 손이 쥐고 있는 목숨이 있다는 것을. 아래로 축 처진 가지 하나를 묶어 올려 주었다. 그 나무가 웃었다. 도무지 자라지 않는 선인장에 거름을 주었다. 그것이 나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아직 내 손이 닿지 않은 꽃은 나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맞출 수 없는 것이라고 뉴스에서 그랬던 것 같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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