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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두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 북한과 미국의 상호 북미대화 취소 경고, 한미정상회담과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비공개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 정상회담과 외교전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돋보이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전쟁 중인 1·4후퇴 당시 흥남철수작전 때 북한을 탈출하여 거제도에 정착한 탈북 월남인 가족이다. 좌우 대립의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100만명에 가까운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탈출했다. 1945년 해방 이후 1953년 휴전까지 38선 이남으로 내려온 탈북 월남인들은 일제강점기의 지주와 부농 및 자본가계층, 개신교 교인계층, 자유주의 지식인계층 및 치안대에 가입하게 된 농민이 주를 이룬다.

탈북 월남인들 중에는 서북청년단 등 극우세력이 반공의 선두에서 무고한 민간인 학살에 앞장서기도 하였지만 탈북 월남인들은 남한의 농민들과 함께 공산주의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였고 한국전쟁 후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에 일조를 다 하였다.

동서 냉전체제의 첨예적 대립지역으로서 분단된 남과 북은 각기 다른 체제로 체제경쟁을 해왔고 휴전 후 60여 년을 통하여 대한민국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정착과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북한은 3대 세습의 봉건적 절대권력체제로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은 유린되고 경제는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가 되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하여도 북한은 협동농장화를 통하여 사회주의 복지체계가 어느 정도 제대로 작동되고 있어서 남한보다 경제적 사정이 좋았다.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낸 태영호 전 공사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은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을 내세워 1967년 5월 25일 ‘5·25 교시’라는 북한식 공산주의 이론을 발표하면서 북한식 문화대혁명이 벌어져 김일성을 초인간적인 지도자로 우상화하고 북한 주민을 여러 계급으로 구분하여 소수의 핵심계층 이외는 신분상승이 불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북한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적대계층 및 동요계층은 평양에서 지방으로 추방되거나 소개되고 북한체제에 저항하거나 반발한 적대계층은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끌려가 북한 사회가 점차 감옥화, 병영화되었고 특히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시대에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으로 아사했고 인권이 탄압되고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되는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은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와 같이 1990년대 이후 수령이라는 신이 통치하는 봉건적 절대권력 체제하에서 인권이 말살되고 기아선상에 허덕이던 북한 주민들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자유와 번영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탈북하게 된 것이 탈북 새터민들이다. 북한 주민들의 처참하고 비참한 삶의 현장을 그린 것이 북한의 작가 반디의 시집 ‘붉은 세월’과 소설집 ‘고발’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하여 탈북 월남인 가족인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남북 평화회담의 성과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축복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남한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의 핵심 지배계층에게만 축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같은 한민족으로서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북한 주민들과 한 맺힌 탈북 새터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고 그들에게도 축복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남북 평화회담은 60여년 간의 남북 대립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북한의 김씨 백두혈족을 비롯한 핵심 지배계층과의 용서와 화해 및 포용을 하고 김정은 체제의 보장을 해주어야 함과 동시에 남북 교류 협력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하여 북한의 대다수 주민의 인권과 삶의 질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며 궁극적인 한반도 통일을 위하여 탈북 새터민이 일조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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