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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룡 DG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박새와 울새는 둘 다 몸길이가 약 14cm 정도인 작은 새입니다.

박새는 사람 주변에 사는 참새목 박새과의 작은 새로 머리와 목은 검은색이며 뺨과 배는 흰색이고 등은 회색입니다. 박새 한 마리가 약 10만 마리의 곤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나무가 곤충의 피해를 덜 입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박새는 전역에 분포하며 이 땅에서 사계절을 보내는 텃새입니다.

한편 울새는 참새목 딱새과의 작은 새로 우리주 변에 잘 나타나지 않으며 머리, 등, 날개는 갈색, 꽁지는 밤색, 배는 흰색입니다. 수컷들끼리 영역 다툼이 많고 혈육끼리도 싸우다가 죽음에 이르기도 합니다. 울새는 포켓몬스터의 화살 꼬빈의 모티브이며, 크리스마스 카드에도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의 울새는 철새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박새는 철새이고 울새는 텃새입니다. 1900년대 초 영국의 가정에 배달되던 우유병에 뚜껑이 없었습니다. 목장에서 갓 짜온 우유를 상온에서 배달하는 도중에 우유병 윗부분에 크림층이 생기면 달콤한 크림과 맛있는 우유를 박새와 울새가 훔쳐먹어서 업계의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며 알루미늄으로 밀봉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각 가정에 배달되던 우유의 병에 알루미늄 뚜껑을 덮어 새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대부분 박새들은 부리로 뚜껑에 구멍을 내어 훔쳐먹는 새로운 기술을 터득해 쉽게 우유를 먹게 되었고, 울새 중에서는 몇몇만이 그 기술을 스스로 깨우쳐 우유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영국의 정원에는 박새만 가득했고 울새는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동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이 이들의 행태를 관찰한 결과가 재미있습니다. 박새는 8~10마리씩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정보를 공유하며 맛있는 우유를 마음껏 만끽하였습니다. 반면 울새는 수컷 울새가 다른 수컷이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다른 새들과 교류도 하지 않고 어렵게 익힌 기술을 다른 울새와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박새는 정보를 공유하여 함께 잘사는 방법을 선택하여 모두 대박이 났고, 몇몇만 독점하고 텃세를 부리던 울새는 울게 된 것입니다.

박새형 인재가 자기의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를 하면서 소통하는 사람인 반면, 울새형 인재는 자신이 직접 체득한 경험과 지식을 오로지 혼자만 알고 남과 공유하지 않는 폐쇄형입니다.

우리나라 박새는 숲이나 정원 그리고 도심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명금류(鳴禽類)입니다. 해충을 먹어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는 나무의 씨앗을 주워 먹습니다.

우리나라 울새는 울 안에서 산다고 해서 울새라고 하며 울음소리가 슬퍼서 울새라고 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여름을 지내며 하이난 섬에서 겨울을 지내는 울새는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나그네입니다.

어느 연구팀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약 7천 명을 대상으로 생활스타일, 사회적 네트워크 등을 9년간 조사한 결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고립된 사람보다 오래 살 확률이 3배 이상 된다고 했습니다.

외로운 울새형 인재가 아니라 모두와 함께하는 박새형 인재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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