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던 일로 해요
그 맹세
그 여름밤 맨발, 우리를 다녀갔던 모든 말과
눈빛
이젠 안녕!

살 만해지면 미치겠고
미칠 만하면 살 것 같은 나는
혀 밑에 피가 고인 말
종양을 앓는 말
없어지는 순간에도 일은 터지고 진술은 어긋나지만
없다로 말하고
있다로 말해요

마른 침 발라
털 고르고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
끝, 이 세상 모든 기억은 망각의 시작입니다

잠깨기 전에
잠들기 전에 각자
한 알씩
없었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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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비 소식 없이 흐린 월요일. 우리 눈에 보이는 흐림은 안 보이는 것으로 하기로 한다.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님은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진리가 되었다. 흐름 뒤쪽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 있을 그 맑음을 믿음으로 나는 맑아진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안 보이는 것을 믿는 습관이 일상화되면 난 당신을 없는 사람으로…… 그러면 당신은 어디에서 찾아야하나.(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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