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꾀를 끊고 말재주를 버리면 민중의 이로움이 백배 더한다(絶智棄辯 民利百倍)” 노자의 잠언이다. 사람에게 입이 달린 것은 말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말은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한다. 어떤 경우엔 입이 있어도 결코 하지 말아야 되는 말이 있다.

조조의 책사였던 양수는 하지 말아야 되는 말을 했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 조조는 한중을 사이에 두고 유비와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장기전에 지친 조조는 퇴각을 하고 싶었지만 촉나라 군대의 비웃음이 두려워 망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밥상에 닭국이 나왔다. 조조는 사발에 담긴 닭갈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때 하후돈이 들어와 오늘 밤 야간암호를 무엇으로 정할지 물었다. 조조는 무심코 ‘계륵(鷄肋 닭갈비)’이라고 중얼거렸다. 하후돈은 곧 군관들에게 야간암호는 ‘계륵’이라고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양수는 갑자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하후돈이 양수에게 물었다. “어째서 짐을 챙기는 것입니까?” “오늘 밤 암호가 계륵 아닙니까. 닭갈비는 먹자니 고기가 없고, 버리자니 아깝지요. 군대를 출동시켜봤자 이길 승산이 없고, 퇴각하자니 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지만 뾰족한 수가 없으니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내일이면 퇴각 명령이 내릴 것입니다. 그래서 미리 짐을 챙기는 것입니다”

주군의 의중을 꿰뚫어 보고 있는 양수의 직관에 탄복한 하후돈은 자기도 짐을 꾸렸다. 이를 본 다른 장수들도 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막사 밖으로 나온 조조는 영내가 어수선한 것을 보고 하후돈에게 이유를 물었다. 하후돈은 조조에게 양수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노발대발한 조조는 군영을 혼란에 빠뜨린 양수를 참수했다.

재주가 뛰어난 양수는 전에도 잦은 돌출발언으로 조조의 심기를 건드렸다. 결국 돌출발언이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고 말았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 정당화가 어렵다” 등 잦은 돌출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온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또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은 없애는 게 최선”이라는 돌출발언을 터뜨려 논란이 됐다. 문 특보에겐 양수가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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