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비아식 모델' 언급에 北 반발···비핵화 구체적 방법 이견
양측 동의하는 합의 내용·로드맵 등 기본 틀만 마련해도 성과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협상이 초반부터 기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실무회담에는 미국 측 인사로 핵 문제에 정통한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비롯해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한반도통 3인방’이 투입됐다. 북한에서도 최고의 대미통으로 꼽히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서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대미 대표들이 포진한 만큼 이번 의제조율 회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인 북한의 비핵화 방법과 체제안전 보장 등에 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실무회담이 핵폐기 첫 수순으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들을 국외로 반출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어디까지나 의제조율을 위한 사전 회담으로 미국 측도 당장 비핵화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실제 실무회담에서 북미 양측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정상회담 합의 내용과 로드맵 등 향후 추가 협상을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성과를 기대하는 만큼 실무회담의 결과가 북미정상회담의 최종 개최 여부를 넘어 결실의 윤곽도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핵물질 가운데 최대 2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부터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국외로 반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실제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처로 거론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으로 가져오는‘리비아식 모델’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강한 반발을 샀다.

리비아식 모델은 핵무기를 포기한 카다피 정권의 몰락으로 귀결된 사례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자국의 핵무기·미사일 전체를 국외로 반출하는 데 주저하고 있으며 양국이 실무회담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에 관한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측이 핵무기·미사일 전체의 국외 반출 대신 미 본토 공격력을 갖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특정한 유형의 미사일을 먼저 국외로 반출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과 선을 그으며 대안으로 제시한 ‘트럼프 모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를 발표하기 직전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 “물리적으로 단계적 (접근법)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른다”면서 “그것은 ‘신속한 단계적 (비핵화)’이 돼야 할 것”이라고 ‘단계적 비핵화’를 거론했다. 따라서 북미 양측이 여기서 접점의 실마리를 찾으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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