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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선규 대규교대 교수

‘어린이문학과 교육’(염창권)이라는 책을 읽다 보니 시인 백석(白石)의 동화시(童話詩) ‘개구리네 한솥밥’에 대한 논구(論究)가 눈길을 끕니다. 저는 여태까지 이 시가 우리 초등학교 국어(읽기)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것도 몰랐다는 게 부끄럽습니다. 인문학 교양과목 위주로 수업과 연구를 해 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런 태만이 저질러진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천만다행이라 여깁니다. 반성의 의미를 담아 간단하게 이 시에 대한 소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월북 및 재북 작가들에 대한 연구가 해금이 되면서 백석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북한에서 출간된 ‘집게네 네 형제’(1957)라는 동화집에 수록된 12편의 동화시 중의 한 편입니다. 백석의 동화시 중에서 가장 작품성을 인정받고 사랑도 많이 받는 작품입니다. 2008년 국어(2학년 1학기:읽기) 교과서에 이 작품이 실리게 된 것도 백석 작품에 대한 우리 독서계의 좋은 반응이 확인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약간의 적응과 순화를 거쳐서 교과서에 게재된 것으로 압니다. 이 동화시는 그 내용도 정겹지만 백석 시 특유의 생기발랄한 어휘와 리듬이 문학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 좋습니다. 우리의 토속적인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도 잘 알게 해주고요.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길 복판 땅구멍에 우는 소리가 들렸네./개구리 닁큼 뛰어 땅구멍에 가보니/쇠똥구리 한 마리 엉엉 우네.//쇠똥구리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쇠똥구리 너 왜 우니?”/쇠똥구리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구멍에 빠져 못 나와 운다.”//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구멍에 빠진 쇠똥구리 끌어내 줬네. <중략>

장작 없이 밥을 지은 개구리는 좋아라고/뜰에 멍석 깔고 모두들 앉히었네.//불을 받아 준 개똥벌레/짐을 져다 준 하늘소/길을 치워 준 쇠똥구리/방아 찧어 준 방아깨비/밥을 지어 준 소시랑게/모두모두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었네.




한 개구리가 벌 건너 사는 형한테 쌀 한 말을 얻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어려움에 빠진 소시랑게, 방아깨비, 하늘소, 쇠똥구리, 개똥벌레를 만나서 성심껏 도와줍니다. 결국 저녁 늦게야 쌀을 얻어 돌아오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번에는 이들이 나타나 개구리를 도와줍니다. 마치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나라를 보존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온 우리 겨레의 따뜻한 민족애를 보는 듯합니다. 자라나는 이 땅의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서적 자양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학적 감동과 교훈이 잘 어우러진 수작(秀作)입니다.

공자님이 말씀하시기를 “얘들아! 어찌하여 시를 배우지 않느냐. 시는 순수한 감정을 흥기시키며, 사물을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게 하며, 원망하되 성내지 않게 하며,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 임금을 섬기며, 새와 짐승과 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게 한다” 하셨습니다(‘논어’). 마치 ‘개구리네 한솥밥’을 두고 하신 말씀인 듯합니다. 연전에 ‘새와 짐승과 초목의 이름을 많이 아는 것’에 대해서 ‘시 공부의 요체는 사랑이다’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쓴 적이 있었습니다(졸저 ‘이굴위신’). 우리 삼천리금수강산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개구리네 한솥밥’이 주는 감동과 교훈이 특히나 유별난 시절입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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