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이었다.
아름다운 관능의 향기는 짙푸른 피톤치드와 섞이고
다육식물과 칡넝쿨과 침엽수들 얼크러진 숲에서 꽃들은 부르고 있었다.
검정, 노랑, 초록빛 나비, 나비를……
숲속 어디선가 번개가 날아왔다. 소리 없이
빗발쳐 쏟아지는 은빛,
온몸에 꽂히는, 꽂혀서 피 흘리는 쇠못들,
나도 모르게 흘린 눈물이 생각났다.
푸른 리본을 목에 두른
그녀는 그 맨 처음의 눈물이 그리운 사슴이었다.


* 앙드레 브르통이 프리다에게 한 말.




감상) 나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고통 한 송이가 있어 남몰래 낳았으므로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지. 물을 주고 햇빛을 쪼여주며 정성들여 키웠어 손톱이 자라면 간혹 내 심장을 할퀴기도 했지만 나는 다독이며 보듬으며 그 아이를 키웠어. 이제 너무나 무성하게 자라서 그 아이는 나를 덮고도 남아 사람들은 나는 보이지 않나봐. 그 아이를 보면서 자꾸 내 이름을 불러.(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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