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새들의 머리마다 파마를 하고 달아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새들의 작은 머리에 파마를 하거나 색을 물들이고 갔다
잠에서 깨면 새들은 다른 새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한모금씨의 어린 시절 장난이었다
그는 뭐든지 한 모금만 필요한 사람이었다


한 모금만 파는 콜라는 없냐고
한 모금만 파는 커피는 없냐고
새들처럼 머리를 조아리고 물었다


사람들은 콜라 한 캔이나
커피 한 잔을 줄 수는 있었지만
한 모금을 주는 방법은 몰랐다



그에게 세상은 너무 과분한 것이었다
그의 심장은 새처럼 작았지만
몸집은 새의 80배나 되었다
(후략)



감상) 천둥이 왔다 갔다. 마음에 남은 그 울림이 하루 종일 내 귓전을 따라 다닌다 친구가 웃어도 천둥소리에 가린다. 햇살이 와도 천둥소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천둥으로 온통 머릿속이 하얀 오후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음을 안다. 딱 한 모금, 내 심장에 닿을 만큼의 당신의 그것.(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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