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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부위원장이 김정은의 친서를 휴대하고 북경을 거쳐 지난달 30일 미국을 방문했다. 이날 뉴욕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찬을 한후 31일 비핵화 협상을 마무리 지은 후 워싱턴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북한 정권이 들어 선후 처음으로 김정은이 남한의 문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요청을 해 왔다. 김정은의 요청으로 지난달 26일 판문각에서 남북 수뇌부가 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모든 것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김정은의 사전 전략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 보름 사이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의 파격과 트럼프의 북미회담 연기 발표와 재회담 계획의 ‘패’ 읽기 전략으로 파격과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연 북미회담이 열릴 것인지도 안갯속이며 회담이 열려도 성공 가능성이 얼마가 될지 세계적 도박사들도 제대로 감을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가 요구하는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사인을 한 후 과연 미국이 보장한다는 ‘체제 안정 보장’을 믿을 수 있는가에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핵과 미사일을 다 내어놓고 미국의 체제보장에만 목을 메어놓고 있을 경우 과연 리비아의 카다피와 같은 운명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수 있는가에 의심을 품고 있다.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어 져 온 사실을 볼 때 김정은으로서는 인생 최고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비핵화 협상을 수차례 무산시켜 온 전례를 이번 회담에서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태도가 확고하다. 이런 북한의 전력 때문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대부분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내어놓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최근 실시한 ‘미·북 협상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대상자 30명 전원이 ‘완전한 비핵화는 믿지 않는다’는 대답을 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세계적 핵 물리학자로 미국의 로스엘러모스 핵연구소장을 지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북한 비핵화에 15년이 걸린다’는 전망을 상세히 보도했다. 헤커박사가 제시한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기술적 관점에서 3단계로 나눈 로드맵 보고서에서 1단계 ‘핵 프로그램 중단’은 기간이 1년, 2단계 ‘점진적 철폐‘는 2~5년, 3단계는 핵 프로그램 중단으로 6-10년의 장기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북한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비공식 회담이 있은 지 이틀만인 지난달 29일 관영 매체를 통해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과 지난 2016년 집단 귀순한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의 북송을 하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오늘 판문각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을 3일 앞두고 남한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에 가까운 요구를 해온 것이다. 앞서 북한 측은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을 트집 잡아 지난달 16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이어 탈북 식당 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했었다.

북한 관영 매체는 최근 한·미군 당국이 “연례로 방어적 차원의 UFG는 규모 축소 없이 진행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이 조·미 정상회담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상대를 힘으로 위협 공갈하는 놀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핵전략 자산들을 끌어 들여드리면서 합동군사 연습을 벌여 놓으면 모든 것이 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의 이런 양면성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북핵 매파 트리오가 김정은이라는 퍼즐을 어떤 모형의 조각으로 맞추어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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