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정당 없는 순환배열 방식···지역마다 선거 벽보 순서 달라
후보자 얼굴도 모르고 투표 우려···정책보다 조직력따라 당락 결정

깜깜이 선거를 일컫는 교육감 선거가 지역마다 선거벽보조차 순서가 달라 유권자들 혼란은 물론 사표 발생에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위)과 대신동의 교육감 후보 벽보 순서가 다르게 게시돼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교육감 2~3명 뽑나요?”

대구 달서구에서 동구로 출퇴근하는 A씨(42·여)는 교육감 후보 선거 벽보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침 출근길에 본 교육감 후보 벽보 가장 앞에 있는 후보와 회사 주변에 있는 벽보 가장 앞에 있는 후보가 달랐던 것.

이름을 비롯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후보를 구분하기 쉽지 않으며 순서가 다르다 보니 같은 후보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는 “자녀가 있어 교육감 후보를 알고 있지만 벽보를 보면 몇 명 뽑는 것 같다”며 “자녀가 없어 관심이 떨어지면 누가 누군지 알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해 도입된 교육감 순환배열방식 선거가 오히려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정치적 요인을 배제한다는 명분만 내세우다 보니 유권자들의 외면만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는 추첨 번호 부여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추첨에서 앞 번호를 부여받은 후보자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결국 2014년부터 기호 없는 무작위 번호 추첨 배치제인 순환배열방식이 도입됐고 이번이 두번째다.

순환배열방식은 기호 없이 이름만 무작위 배열하며 기초의원지역선거구별로 후보자 이름 배열 순서가 다르다. 당연히 선거 벽보도 다르게 배치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마다 후보가 다르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같은 구 내에서도 순서가 다르다 보니 유권자 입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럽고 무효표, 기권표가 많을 것이라는 불신이 높다.

정세훈 씨(40)는 “내가 본 벽보와 투표지 후보 순서가 다르면 선택하는데 의구심이 들 것”며 “무효표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선거를 치르는 후보들도 부담감이 없지 않다. 대구지역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 캠프들은 표면적으로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선수가 룰을 지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반면 속을 들여다보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선거 유세에서 후보 수식어가 길 수밖에 없다. 시장 등 다른 선거 출마자들은 ‘기호 몇번 누구’라고 알리면 되지만 교육감 출마자들은 마땅한 수식어가 없다. 이름을 강조하는 선거 운동을 해야 하는데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있는 상황에서 유불리가 결정될 수도 있는 것도 공정선거 취지에 맞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사실상 깜깜히 선거다 보니 정책이 아닌 조직력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 중립의 명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교육감 선거를 따로 치르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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