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 품고온 김영철, 백악관 예방…정상회담 성사 ‘마지막 퍼즐’ 맞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오후 1시 12분께 백악관에 도착한 김영철은 80분 가량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연합
한때 탈선 위기에 처했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선언’으로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을 통해 회담 취소를 전격 통보한 지 8일 만이다.

특사 편으로 전해온 김 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정상 차원의 메시지를 확인함으로써 ‘세기의 담판’ 준비를 위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셈이다.

이로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체제 안전보장을 주고받는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북미 간 여정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그간 실무·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뤄진 큰 틀의 의견접근을 토대로 남은 11일간 빅딜의 최종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양측의 물밑 줄다리기가 전개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해 이날 백악관을 찾은 ‘복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은 한차례 무산됐던 북미정상회담을 되살리기 위해 그동안 진행돼왔던 북미 간 조율 과정의 ‘화룡점정’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백악관 회동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개최 발표로 이어진 것은 정상 차원의 메시지 교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는 김 부위원장을 직접 배웅하는 등 ‘특급예우’를 해준 것도 면담의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거의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언대로 그간 실무·고위급 회담에서 다뤄졌던 주요의제를 놓고 큰 틀의 조율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90분가량 이어진 백악관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그동안 여러 메신저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받았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에 대해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의 길에 나설 경우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적 번영을 제공한다는 ‘트럼프 모델’의 밑그림에 대해 김 위원장이 긍정적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그들(북한)은 비핵화를 하고 싶어하는 동시에 국가로서 발전하는 것도 원한다”며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체제안전 보장을 거듭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들(북한)은 위대한 나라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미 간 종전선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처음 언급한 것도 이와 맞물려 주목된다.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종전선언은 체제 안전보장 논의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큰 틀의 빅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으나 ‘비핵화 로드맵’, 즉 구체적 이행경로와 방법론을 둘러싸고 양측의 간극이 어느정도 좁혀졌는지 미지수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문제에 유화적 태도를 보인 것은 긍정적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의 상징이었던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거둬들이고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날을 보길 고대한다”며 대화국면에서는 신규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비핵화 이행과 보상을 놓고 ‘일괄타결’과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맞서온 북미가 추가로 접점을 이뤘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단계적 해법을 일부 가미한 일괄타결론의 연장 선상에서 제재해제 등의 보상 조치를 일정 시점에 부분적으로나마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비핵화 합의의 종착역이 아닌 ‘성공적 과정의 시작’이라고 규정한 대목이다. 전날에도 “두 번, 세 번 만날 수도 있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일종의 ‘속도 조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과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6월 12일 무언가에 서명하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자신이 김 부위원장 일행에게 “시간을 가져라. 빨리 갈 수도 있고 천천히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언급을 두고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이 두 정상이 어떤 합의문에 서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과정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역사적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상당히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는 비핵화의 여정이 앞으로 험로가 될 것이라는 현실인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큰 틀에서의 접점이 마련됐더라도 ‘디테일 협상’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비핵화 이행의 시간표에 대한 ‘눈금 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를 일괄타결하고 최대한 단기간에 실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외교가에서는 ‘원샷 빅딜론’ ‘빅뱅 접근론’까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북한 측과의 조율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론에 상당한 ‘수정’을 가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고 싶어하는 북측의 입장을 보다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신중하게 하고 싶어한다. 달려가듯 하려고 하진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도 그런 맥락에서 관심을 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원칙과 방향을 담은 ‘빅딜 합의문’을 도출하는 쪽에 방점이 찍혀있고, 구체적인 이행 시간표와 방법론은 추후 회담에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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