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논의 첫언급…文, 북미정상회담 계기 합류 가능성 촉각

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대통령 집무실을 나서며 트럼프 대통령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회담에서 빅딜이 있을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면서 종전선언도 다룰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이 현실화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은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곧장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축으로 한 북미 간 ‘거래’의 성공은 물론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에 시동을 건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서 기자들과 만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확정 사실을 알렸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싱가포르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공개함으로써 처음으로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청와대는 그간 6·12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은 북미 협의 결과에 연동돼 있다는 점을 수차례 밝혀왔다. 북미 간 비핵화 합의 성사 여부에 따라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문 대통령도 5·26 남북정상회담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는 북미 협의의 초점이 비핵화에 맞춰져 있고 양자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한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류를 성급하게 거론하는 것 자체가 도움되지 않는다고 보고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북미 협상을 숨죽여 지켜봐 왔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의 키를 쥔 한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담판을 공식화하며 종전선언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나는 방향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은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계기에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해도 그곳에서 곧장 남북미 3자의 종전선언이 단행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설령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어 남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리더라도 종전선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후 선언을 위한 협의를 거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싱가포르 남북미 정상회담→이후 어느 시점에서 실제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즉, 남북미 정상의 종전선언)’ 순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문 대통령이 이번에 싱가포르를 가지 않고 북미 정상 사이에 예상되는 종전선언 공감대를 기반으로 하여 선언을 위한 남북미 3국 간 실무협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이 경우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은 이미 정상회담 장소로서의 효용성을 입증한 판문점을 비롯해 싱가포르가 아닌 지역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

종전선언 시기도 이 선언의 역사성에 맞물려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과 제73차 유엔 총회(9월 중하순) 같은 의미 있는 시간표가, 꼭 그 특정일은 아닐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고려 요소가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잇단 긍정적인 시그널에도 북미 간 사전 논의의 진전 정도에 따라 남북미 정상회담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뉴스와 통화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계기에 남북미 종전선언이 이뤄지려면 북미 간 사전 논의가 얼마나 잘 이뤄졌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돼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확정 및 종전선언 논의 언급이 판문점 북미협상의 미측 책임자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동한 뒤 “실질적 진전”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는 측면에서 청와대가 ‘전제’로 삼고 있는 북미 협상은 분명히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가 세계의 흐름을 바꿀 일생에 한 번뿐인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려면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 점, 성 김 대사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밝힌 점 등을 감안하면 아직 북미 간 비핵화 합의를 위한 간극이 여전함을 유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선호하는 단계별 비핵화와 그에 따른 보상 방식 대(對) 비핵화 후 체제보장 및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미국 간 입장차가 해소된 게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레토릭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북미 양측의 비핵화 방법론 합의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 역시 이 점을 모를 리 없으므로 상황을 주시하며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되 어디까지나 ‘유리그릇 다루듯’ 또,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럽고 신중한 자세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음으로써 북미회담으로 향하는 길이 더 넓어지고 탄탄해진 듯하다”면서도 “싱가포르에서 열릴 세기적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청와대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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