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人을 보고 좋다고들 하지만
美人은 자기 얼굴이 싫을 거야
그렇지 않고야 미인일까

美人이면 미인일수록 그럴 것이니
미인과 앉은 방에선 무심코
따놓은 방문이나 창문이
담배연기만 내보내려는 것은
아니렷다





미인은 정말 자기 얼굴이 싫을까? 이는 미인이 내세우는 당돌한 반어(反語)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화자가 창문을 연 것은 담배연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훈기(薰氣)를 내보내려고 한 것일까? 아니면 내 심장 속에서 배어나오는 긴장감을 식히려고 창문을 연 것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쯤 되고, 창문으로 산들바람이 불어와 주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한번쯤 미인 앞에서 심장이 터지도록, 다리에 지가 나도록 주눅 든 추억들은 다들 지니고 있을 것이다. (손창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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