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이 ‘그녀의 코가 1㎝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 말했다는 클레오파트라는 치명적인 팜므파탈의 대명사다. 안케세나멘은 이집트 제18왕조의 파라오 투탕카멘의 부인이다. 아케나톤과 네페르티티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세 번째 딸이다. 아버지인 아케나톤의 왕비가 됐다가 부왕이 죽은 뒤에는 이복동생이자 왕자인 투탕카멘의 정비가 된 미녀다.
미녀 안케세나멘을 낳은 네페르티티는 이집트 제18왕조 아케나톤 왕의 아내로 이집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왕비로 알려져 있다. 1914년 독일인에 의해 무덤에서 발굴돼 독일로 밀반출된 네페르티티 흉상을 보면 그녀의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파스칼이 클레오파트라의 코를 예기했지만 “네페르티티의 목이 10㎝만 짧았어도 세계 역사가 달라졌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이 긴 미녀다. 부채꼴 모양의 모자를 쓴 인상적 모습의 흉상은 만든 지 수천 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색채감을 보여 준다.
독일 베를린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이 흉상은 왼쪽 눈동자를 완성해 놓지 않았다. 화룡점정, 날아 가버리지 않을까 마지막 용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것처럼 너무나 완벽한 미모를 다 표현할 수 없어서 그렇게 미완성의 작품으로 남겨 놓은 것은 아닐까. 높이 50㎝의 이 흉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소녀처럼 보이기도 하고, 성숙한 여인으로 보인다.
이 네페르티티 흉상을 닮은 자연의 조각상이 호미곶 둘레길에 있다. 포항시 남구 흥환리 구간에 있는 이 상은 돌이 자연 풍화돼 목이 긴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의 네페르티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닮았다.
타이완의 예류지질공원에 네페르티티상을 닮은 바위가 있어서 순서를 기다려 사진촬영을 하는 관광명소가 돼 있다. 포항 둘레길의 석상도 이야기를 만들어 소개하고 가깝게 길을 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등 섬세하게 배려하면 국제적 관광명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