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둘레길 미녀상(왼쪽)과 고대 이집트 미녀 네페르티티상.JPG
▲ 호미곶둘레길 미녀상(왼쪽)과 고대 이집트 미녀 네페르티티상.
클레오파트라와 안케세나멘, 네페르티티. 고대 이집트의 3대 미녀다. 동양에서 빼어난 미녀를 ‘경국지색 (傾國之色)’이라 하는데 이들 역시 나라의 운명을 가를 만큼 뛰어난 미모를 가졌던 듯하다.

파스칼이 ‘그녀의 코가 1㎝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 말했다는 클레오파트라는 치명적인 팜므파탈의 대명사다. 안케세나멘은 이집트 제18왕조의 파라오 투탕카멘의 부인이다. 아케나톤과 네페르티티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세 번째 딸이다. 아버지인 아케나톤의 왕비가 됐다가 부왕이 죽은 뒤에는 이복동생이자 왕자인 투탕카멘의 정비가 된 미녀다.

미녀 안케세나멘을 낳은 네페르티티는 이집트 제18왕조 아케나톤 왕의 아내로 이집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왕비로 알려져 있다. 1914년 독일인에 의해 무덤에서 발굴돼 독일로 밀반출된 네페르티티 흉상을 보면 그녀의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파스칼이 클레오파트라의 코를 예기했지만 “네페르티티의 목이 10㎝만 짧았어도 세계 역사가 달라졌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이 긴 미녀다. 부채꼴 모양의 모자를 쓴 인상적 모습의 흉상은 만든 지 수천 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색채감을 보여 준다.

독일 베를린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이 흉상은 왼쪽 눈동자를 완성해 놓지 않았다. 화룡점정, 날아 가버리지 않을까 마지막 용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것처럼 너무나 완벽한 미모를 다 표현할 수 없어서 그렇게 미완성의 작품으로 남겨 놓은 것은 아닐까. 높이 50㎝의 이 흉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소녀처럼 보이기도 하고, 성숙한 여인으로 보인다.

이 네페르티티 흉상을 닮은 자연의 조각상이 호미곶 둘레길에 있다. 포항시 남구 흥환리 구간에 있는 이 상은 돌이 자연 풍화돼 목이 긴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의 네페르티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닮았다.

타이완의 예류지질공원에 네페르티티상을 닮은 바위가 있어서 순서를 기다려 사진촬영을 하는 관광명소가 돼 있다. 포항 둘레길의 석상도 이야기를 만들어 소개하고 가깝게 길을 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등 섬세하게 배려하면 국제적 관광명소가 되지 않을까.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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