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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으로 배운다] 1. 9·12 경주지진 그 후

경주·포항 문화재 지진피해 예방대책, 흔들린 첨성대·부서진 다보탑···지진에 휘청인 '천년의 고도'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6월03일 18시15분  
2016년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 피해를 입은 첨성대 앞에서 경주시 문화재과 관계자가 복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지진 발생 이후 첨성대 12단 개구부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자동계측시스템을 설치해 지진 가속도 데이터 분석 등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 글 싣는 순서
1. 9·12 경주지진 그 후
2. 11·15 포항지진 그 후
3. 이탈리아 아마트리체 지진현장을 가다
4. 로마에 산재한 문화재, 그리고 지진피해 복구·예방대책
5. 이탈리아 문화재 담당자 인터뷰
6.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문화재 지진피해 복구·예방대책


한반도 최대규모인 5.8의 경주지진과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소중한 문화재에도 적잖은 피해를 줬다. 경북 동해안 지역은 단층이 잘 발달한 탓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도 나온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문화재 피해현황과 복구상황, 2017년 포항지진 발생 이후 문화재 피해현황과 복구상황을 점검하고,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2016년 8월과 10월 강진이 잇달아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이탈리아 라치오주 아마트리체 현장을 직접 찾아 중세시대 성채와 교회, 종탑 등 소중한 문화재의 피해현황을 살폈다. 특히 산악지대인 아마트리체 일대와 불과 130여㎞ 떨어진 이탈리아의 수도 또한 지진에 자유로울 수 없는 지대인 점을 고려해 로마 현지의 문화재들을 둘러보고, 이탈리아 문화재 당국 관계자로부터 문화재의 보고 로마를 지킬 방법들을 들어봤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사례와 더불어 건축 재료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 문화재의 특성을 반영한 종합적인 피해예방 대책을 전문가들에게 들어서 경북 동해안 지역에 산재한 문화재의 지진피해예방책과 더 큰 지진 대비책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5.8의 위력, 100건의 피해

2016년 9월 12일 규모 5.4의 전진과 규모 5.8의 본진은 경주를 비롯해 경산, 영덕, 영천, 포항, 청도, 대구, 경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국보를 비롯해 보물 등 문화재 피해만 100건에 달했다. 국보 제31호인 첨성대는 기울기 2㎝의 변이에 상부 정자석 5㎝ 벌어짐, 국보 제20호인 불국사 다보탑은 난간석 접합부 탈락, 보물 제1429호인 경주 원원사지 동서 삼층석탑은 동탑 옥개석 서북쪽 모서리 파손, 사적 제502호 불국사는 관음전 기와 일부 파손, 도 유형문화재 제191호인 경주향교는 명륜당 벽체 일부와 담장 기와 흘러내림 등의 피해가 났다. 1년 8개월이 흐른 5월 현재 57개 문화재 중 54건에 대해 보수와 안전진단을 마무리한 상태다. 경주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9·12 지진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는 건조물 지붕 내림 마루 파손이나 석조물 일부 파손과 변형 등으로 나타났다”면서 “피해 문화재 수리와 안전진단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중요한 문화재에 대해 지속해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두 차례 강진 버텨낸 오뚝이 같은 첨성대

5월 23일 찾은 경주시 인왕동의 첨성대는 피사의 사탑과 같이 한 눈에도 기울어져 보였지만, 평화로웠다. 7세기 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대인 첨성대는 역대 1, 2위로 손꼽힌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9·12 당시 중심축이 2㎝ 북쪽으로 더 기울고 상부 정자석(井字石) 남동쪽 모서리가 5㎝ 정도 더 벌어졌다. 2014년 감사원 당시 중심축에서 20.4㎝ 기울어진 것으로 조사된 이후 기울기가 더 심해지기는 했지만,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문화재청 등은 판단하고 있다.

사실 첨성대는 하부 지반이 불규칙하게 내려앉으면서 석재 벌어짐과 균열, 변색 등이 진행 중이다. 2014년부터 매년 4차례씩 정밀 점검을 받는 처지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모니터링 결과, 받침대 역할을 하는 기단 북쪽이 계속 침하 하면서 매년 평균 0.1㎝씩 기울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측은 “오히려 지진에 잘 버텼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받침대 역할을 하는 기단부 위에 술병 모양의 원통부 27단을 올리고 맨 위에 정(井)자 모양의 정상부 2단을 얹은 9.07m짜리 첨성대의 무게중심이 아래에 집중돼 있어 지진을 잘 버텨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첨성대는 하부가 상부보다 지름이 더 크고, 12단까지는 내부가 흙으로 채워져 있어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위치해 진동이 와도 오뚝이처럼 견디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무게중심이 낮으면 옆에서 밀어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는 오뚝이처럼 진동을 잘 견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장은 “근본적으로 석조 건축물들이 무게중심을 하부에 둔 덕분에 지진이 나도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19∼20단과 25∼26단 내부에 있는 정자석도 첨성대가 지진 같은 진동에 강한 요인이 됐고, 석재를 접착시키지 않고 엇갈려 쌓은 것도 지진에 버티는 이유가 됐다”고 평가했다.

첨성대에는 지난해 12월 15일 구조 변위 분석을 위한 자동계측시스템이 설치됐다. 온도와 습도 변화에 따른 변위에서부터 기울기, 지진가속도 데이터 분석까지 가능하다. 첨성대가 구조물 변화를 상시예측할 수 있는 기준지표 문화재가 된 것이다.

실제 1월 10일부터 2월 12일까지 자동계측시스템으로 가속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해 내부에 채운 돌·자갈 등을 말하는 적심이 채워진 12단 개구부 아래까지는 가속도가 감소했다가 위쪽에 가면서 커졌다. 적심이 진동을 줄여주는 구조성능이 있다는 것을 실제 측정을 통해 얻어낸 것이다. 김덕문 실장은 “위쪽으로 갈수록 가속도가 커지는 일반 구조물과 달리 첨성대와 불국사 석가탑 등은 적심의 구조 성질을 갖고 있어서 내진 성능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12일 지진이 발생한 이후 5월 23일 다시 찾은 불국사 석가탑(좌)과 다보탑(우) 전경. 규모 5.8 지진 당시 부서진 2층 하부 난간석 보수 전후 모습.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 지진에 취약한 장식 부재 품은 다보탑

2016년 9월 12일 경주시 진현동 불국사 대웅전 앞뜰 동쪽에 서 있던 국보 제20호 다보탑은 2층 하부의 난간 맨 위쪽에 나란히 돌려댄 돌란대를 비롯해 난간을 구성하고 있는 부재들이 진동에 뒤틀리고 어긋나는 피해를 봤다. 경주시는 지난해 4월 11일 시작해 7월 5일에 보수공사를 마쳤다. 부러진 2층 난간 부재를 씻고 연결부위를 종전과 같은 재료인 무기 바인더·동종 돌가루로 접합·마감했고, 상륜부 부재들도 어긋난 부위들을 바로잡고 세척 후 연결부위·균열부 등을 다시 접합해 보수했다.

다보탑은 맞은편 석가탑과 같이 전형적인 형식을 벗어난 아주 특별한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난간석과 띠 장석, 판석 등 화려한 장식 부재가 많은 데다 기본적으로 고정되지 않고 맞물려 있는 형식이어서 지진이나 외부에서의 진동에 매우 취약하다. 규모 5.8의 지진을 버티기에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경주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다보탑의 피해는 전체적으로 볼 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구조체 자체가 상당히 안정적이어서 난간만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다보탑을 마주 보는 국보 제21호 석가탑은 지진에 매우 안정적이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진위험도 평가연구를 진행했는데, 2400년 주기 지진에도 견딜 정도로 내진성능이 큰 특등급으로 평가됐다. 첨성대와 같이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는 오뚝이와 같은 구조여서다.

△ 국내 최대 지진이 준 교훈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로 여겼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경주지진은 그동안의 문화재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지진과 같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는 연구를 하고 지진 방재기반을 구축하는 전담조직인 안전방재연구실을 만들었다. 실제 건축 문화재를 그대로 축소한 모형을 만들어 건축 문화재의 각종 보존 분석과 구조 안전성 실험을 할 수 있는 연구시설도 충북 충주시에 건립 중이다. 무엇보다 문화재 보호법을 개정해 지진 등 재난 발생 때 관계기관의 장비와 인력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각 건축 문화재 현장에 화재와 지진에 대비한 재난대응 지침서를 작성·구비 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특히 건축 문화재의 구조와 지반에 대한 특성정보를 바탕으로 지지규모에 따른 위험지도를 사전 평가해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지도에 표시하도록 하는 ‘문화재 맞춤형 지진위험지도 시스템을’ 2021년까지 구축해 어떤 문화재가 지진에 취약한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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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조, 경찰, 대학, 유통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