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다선거구에 나선 이상은(39·여) 바른미래당 후보가 지난 1일 오후 3시 30분 산격시장 일대에서 소음공해 없는 선거운동을 내세우며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 나선 대구 지역 후보들이 ‘소음 없는 선거운동’에 나서 관심을 받고 있다. 유권자들의 소음 민원을 유발하는 스피커 대신 정감 넘치는 목소리와 눈인사로 표심 얻기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북구가선거구에 바른미래당 간판을 달고 출마한 이상은(39·여) 후보의 단 한대뿐인 유세 차량은 후보나 선거운동원이 올라탈 공간이 없다. 확성기도 없고, 로고송도 틀지 않는다. ‘주민의 소리가 정치입니다’ ‘소음공해 없는 선거’라는 안내 문구가 대신한다.

지난 1일 오후 3시 30분. 북구 산격동 산격종합시장에서 유세를 펼친 이 후보는 “유세 차량의 소음은 늘 스트레스였다”며 “선출직 후보로서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기보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자는 데서 소음공해 없는 선거가 시작됐다”고 했다. 시장 상인과 유권자들도 “잘한다”고 격려했다.

달서구 도원동 대곡초등학교 앞에서 유세 활동을 벌인 한민정(45·여) 정의당 달서구사선거구 후보는 전기자전거가 유세 도구다. 출마한 지역구에 아파트와 골목이 많아 소음 없이 주민들을 만나려면 자전거가 최고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한 후보는 “유세 차량이 모이면 시끄러워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소음 없는 친환경 선거 활동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초단체장 후보도 소음공해 없는 선거 운동에 나섰다.

배광식 자유한국당 북구청장 후보 지난 2일 오전 8시께 북구 구암동 국우성당 앞 삼거리에서 방송 장비 없이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배광식(58) 자유한국당 북구청장 후보는 방송 장비 없이 대형 버스를 이용해 선거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유세에는 ‘지역 구청장을 지냈던 사람이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뜻이 반영됐다. 배 후보는 스피커 대신 버스에 구민이 바라는 사항을 걸고 이행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배 후보는 “주민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방송 시설은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구민이 바라는 점을 약속하고 이행하겠다는 뜻을 버스에 새겨 유세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보들이 자발적으로 조용한 선거 활동에 나서자 관련 기관과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대구선관위 관계자는 “후보들이 스스로 조용한 선거 문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며 “선거 시즌마다 피해 신고가 잇따랐지만, 이번에는 소음 신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북구 산격동에 사는 유권자 권모(63·여)씨는 “유세 차량 방송이 시끄러우면 반감만 생긴다”며 “후보들이 주민을 한 명씩 찾아가는 이런 조용한 선거가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5월 31일 54건을 시작으로 1일 76건, 2일 71건 등 하루 평균 67건의 소음 피해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그러나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들의 확성기 소음 크기(㏈)를 규제하는 공직선거법에 없어 계도 이상의 조치가 힘든 실정이다. 휴대용 확성장치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녹음기나 녹화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사용할 수 있는 규정만 있다. 75㏈을 초과하면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집회·시위법에도 유세 차량은 해당하지 않는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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