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요하네의 우산’(아시아)을 쓴 소설가 김살로메의 첫 산문집. 작가는 작정하고 일천 글자로만 된 미니 에세이를 썼다. 작가가 찍은 십여 편의 사진과 함께 80편의 짧은 산문을 엮었다. 일상에서 느낀 가족, 이웃, 문학에 대한 순간의 심상을 캐리커처처럼 그려냄으로써 글 쓸 당시의 작가의 내면 풍경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

단상 속에서 그이는 이웃과 사람을 불러내고 책과 문학을 품는다. 그러다가 깨치거나 반성할 것이 있으면 메모를 한다. 대개 소설이 되는 그 기록에서 씨앗 같은 아침놀이나 비에 젖은 꽃잎처럼 떨어져 나온 말들이 미니 에세이가 됐다. 소설로 묶기에는 따뜻한 말들, 이를테면 아무리 싸우려고 해도 미소부터 나오는 하루, 뺨을 때리는데도 안아주고 싶은 상대, 떠벌리지 않아야 할 때를 놓쳐버린 찰나의 비애, 무심결에 맞서는 매서운 바람의 기척 등, 때론 스미거나 번지는 말들이 모여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이 됐다.

김살로메의 마음이 오래 머무는 곳은 문학이다. 그이는 사실 이 단상집의 전체 색깔을 문학으로 칠하고 싶어 했다. 어떤 순간에 문학적 영감을 느끼는가, 어떤 문장을 쓰고 누구의 문학을 본받고 싶은가, 도달할 수 없는 문학의 경지를 극복하려 어떤 노력을 하는가. 그이는 이런 것들에 대해 담백한 문체로 자신의 속내를 들려준다.

그이는 문학 앞에 서면 그 매혹에 그만 눈이 먼다. 그이가 문학 하는 괴로움이나 그로 인한 불면을 호소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상대를 아플 만큼 사랑한다는 엄살에 지나지 않는다. 그이에게 문학처럼 유효한 것이 있었던가. 그이가 읽은 책들과 소망하는 문장들도 문학을 위해서만 의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미니 에세이는 한마디로 사람과 문학을 바탕으로 한 김살로메의 일상 고백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이의 글은 투명하다. 투명한 사람이 쓴 투명한 미니 에세이. 막 소리 내어 욕망하지는 못하지만, 그이는 분명히 남다른 감각과 체험을 지닌 작가이다. 세계와의 충돌을 인정하지만 조화로운 공존 또한 모색하려는 성찰적 자기 고백. 더하고 보탤 것 없이 작가는 이 짧은 산문을 통해 쨍한 유리창처럼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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