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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제2차 세계대전 후 저개발 후진국 지도자 중 자국의 빈곤을 타파하고 경제성장과 근대화를 이끌며 경제번영을 가져온 아시아의 지도자로 우리나라의 박정희 전 대통령,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를 든다. 리콴유 전 총리와 마하티르 총리는 자국에서 근대화를 이끈 국부로 평가받지만 세 사람은 동시에 장기집권과 개발독재자라는 혹평도 받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아시아, 아프리카 등 거의 모든 저개발 후진국에서 예외 없이 민주주의가 억압받고 쿠데타와 군사독재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거의 대다수 독재자가 부패와 족벌정치로 국가를 빈곤의 수렁텅이에 빠지게 하였고 현재까지도 저개발 후진국으로 남아있게 한 것과 비교해보면 비록 이들 세 사람이 개발독재를 하였으나 근대화를 통하여 국가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고 국격을 높인 공이 과보다도 훨씬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말레이시아의 박정희’로 불리는 마하티르가 정계 은퇴 후 15년 만에 9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통하여 총리의 권좌에 다시 복귀하였다. 1981년 총리로 취임 후 2003년 스스로 총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20여 년 동안 마하티르는 고무, 주석 등 원자재의 수출국에 지나지 않았던 말레이시아를 전기제품, 철강,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업국가로 탈바꿈하였고 경제성장을 통하여 민주국가의 기반인 중산층을 튼튼히 하였다. 특히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김대중 정부와는 다르게 해외투기자본 배척, 자본통제와 같은 경제쇄국정책을 펼치며 IMF의 간섭을 물리치고 고정환율제 채택과 정부지출 증대를 통하여 말레이시아 경제를 물가폭등 없이 회복한 점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0일도 남지 않았고 여야 간 본격적인 유세가 벌어지고 있지만 우파 보수당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신을 보수우파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수우파로 보는 경향이 많다. 일반적으로 보수우파는 자유와 인권, 성장, 시장경제, 공동체의 안녕 등에, 진보좌파는 평등, 분배와 복지, 경제에 대한 국가의 관여, 약자에 대한 배려, 환경 등에 보다 주안점을 둔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친미와 반미, 반공과 친북으로도 분류된다.

만주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는 해방 후 국내로 돌아와서 미군정이 보여주었던 행위들에 대하여 반감이 많았다. 박정희는 공산주의자였던 그의 친형 박상희를 존경하였으며 그의 감화에 의하여 박헌영의 남조선노동당에 가입하였고 국군 내 남로당 군책이 되었다. 그러나 여순반란사건을 계기로 김창룡에 의해 주도된 숙군 과정에서 체포되어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구형받았던 박정희는 백선엽 장군 등의 설득에 의하여 공산주의에서 전향하여 석방이 되었으나 동지를 배신한 변절자라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다.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다시 군에 복귀한 박정희는 5·16 군사쿠데타를 통하여 집권하였지만 미국으로부터 반미주의자 및 공산주의자라는 의심을 강하게 받았다. 이에 박정희는 미국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반공을 국시로 내걸었고 베트남 파병 등 친미 정책을 강화하게 되었다. 1963년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우파인 민주당 윤보선 후보가 박정희의 남로당 전력을 들어 박정희를 빨갱이로 몰면서 사상논쟁으로 곤혹을 치르게 되었으나 농민의 아들 박정희는 전향한 공산주의자 조봉암을 지지하였던 호남과 영남의 농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15만 표 차이로 겨우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박정희는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철강 등 중화학공업 우선 정책으로 국가 근대화에 전념하였다.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면서도 한일수교, 베트남파병 등을 통하여 차관과 원조를 받아 경제를 이륙하게 할 자본을 형성시켜 경제 성장에 매진하였다. 그러나 박정희는 성장이라는 보수우파의 색채를 띠면서도 시장경제가 아닌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입각한 계획경제, 농민과 농촌 개량을 위한 새마을운동, 외세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자주국방, 서민들을 배려한 의료보험제도, 전 국토의 식목사업과 그린벨트설치 등 환경정책을 추진하여 진보좌파 정책들을 많이 도입하였다.

국가라는 새가 수평으로 균형 있게 잘 날아가기 위해서는 보수라는 오른쪽 날개와 진보라는 왼쪽 날개가 다 같이 튼튼하게 잘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만 비대하게 커지고 다른 한쪽은 지나치게 약화되었을 때 국가는 한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박정희는 결코 보수우파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국가 근대화와 개혁의 지도자였다. 보수우파라는 사람들은 작금에 보수우파가 이렇게 약화된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깊이 있게 탐구함으로써 부국부민과 통일에 기여할 수 길을 찾아 진심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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