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혁신성장 주요 정책으로 규제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일정 기간 규제를 전면 면제해주는 ‘규제샌드박스’ 논의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고, 신산업과 관련한 규제도 기존 업계 간의 갈등으로 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스마트폰으로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서비스),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플렛폼), 출근시간대 카풀을 연결하는 ‘카풀앱’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국제적이고 규모가 큰 미래시장과 관련된 규제는 논의 대상에서 조차 제외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규제개혁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산업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철강과 자동차, 조선 등 중후장대형 산업의 견인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포스트 중공업, 포스트 반도체로 AI(인공지능)의료, 제약, 바이오, 자율주행, 로봇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글로벌 제약시장의 예만 봐도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지를 알 수 있다. 2016년 현재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는 1조1000억 달러로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크다. 국내 약품시장 규모는 2016년 현재 21조 원에 달라지만 글로벌 시장의 1.7%에 불과하다.

약품시장이 이렇게 큰 시장이지만 여기에다 바이오나 AI가 접목되면 그 시장규모는 가히 환산하기 어려운 규모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된 혁신기술도 상용화되지 못하고 사장 되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깝다.

포스텍의 한세광 교수가 지난해 콘택트랜즈 기업 인터로조와 공동으로 개발한 ‘스마트 헬스케어 콘택트렌즈’만 해도 그렇다. 이 렌즈는 당뇨 환자의 눈물에 포함된 당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 혈당 수치가 올라가면 표면에 코팅돼 있던 약물이 자동으로 녹아 환자에게 주입되는 신개발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된 이 혁신 의료 기술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사용될 수 없는 실정이다. 의료법에 의사와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는 또 있다. AI의료기기 전문업체 뷰노는 최근 뼈 나이를 진단해 주는 AI기반 의료 소프트웨어 ‘본에이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았다. 국내 AI의료기기로는 최초 허가다. 하지만 식약처 허가와 관계없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의료기술평가 등의 심사를 별도로 다시 받아야 한다. 최대 280일 간의 심사가 되기 때문에 2019년에야 최초 상용화가 가능하다. 하루가 급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뒤질 수 밖에 없는 규제다.

4차산업혁명시대 AI 의료, 제약, 바이오, 자율주행, 로봇 등으로 산업구조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겹겹의 규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차 산업혁명 기술 수준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0이라면 중국 108, 일본 117, 미국 130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각종 규제가 기술발전을 막고 있다. 겉도는 규제개혁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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