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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며칠 전,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문화·경제 사절단과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과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방문하였다. 경북도는 지난 2013년부터 실크로드 상의 국가들과의 문화 및 경제교류에 공을 들여왔는데, 그 결실의 일환으로 보인다. 실크로드가 동서 문명교류의 장이었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거니와 이 망망한 사막과 초원의 길을 걸어간 우리의 선조, 신라인의 모습이 경상북도의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의하여 재현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실크로드라 하지만, 혜초가 건너간 바다의 길, 현장법사가 다녀온 천산남북의 비단길, 유라시아 초원문명을 일으킨 초원의 길이 있었으며 이제 광활한 시베리아 초원을 달리는 철의 길이 있다. 천산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7,010m의 ‘한(Khan) 텡그리(Tengri)’봉이다. 텡그리는 이쪽 사람들이 섬기는 하늘의 신, 또는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임금이다. 우리의 단군과 발음도 뜻도 비슷하다. 아마도 우리 민족의 시원사상(始原思想)과 무언가 통하는 문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알마티 부근 카르카라린스크에서 일명 ‘황금인간’이 발굴되었는데, 이것이 매장된 묘의 모습이 경주의 천마총과 너무나 같다. 그리고 ‘신라 황금보검’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경주 계림로 보검’은 5~6세기 유럽 혹은 중동 지역에서 만들어진 칼이라 한다. 뿐만 아니다. 국보급 유리병과 보물급 유리잔 등, 많은 로만 글라스(Roman Glass)는 신라가 삼국통일 이전부터 일찍이 실크로드 혹은 아라비아 상인들의 바닷길을 통해 머나먼 서역과도 주기적으로 교역을 하였음을 증명한다.

현재 한국은 동아시아의 끝자락에 붙은 조그만 형상이지만, 고대에는 유라시아 문명과 통했고 중세시대에도 실크로드를 뚫고 다녔다. 심지어 637년 카디시아전투에서 이슬람에 멸망한 페르시아의 왕자가 신라에 와서 공주와 결혼하고 그 아들이 신라의 도움으로 페르시아제국을 재건했다는 서사시(敍事詩)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좁고 자원이 적은 한국은 세계를 향하여 진출하여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세계를 이끄는 지도국이 되려면 젊은이들에게 큰 꿈과 뜨거운 용기를 주어야 한다.

어떠한 연유이든, 한국 문제는 세계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이 시대 최대의 이슈(issue)다. 그만큼 우리민족의 지정학적 위치와 영향은 세계적이다. 신라의 황금문화는 초원 알타이지역과 관련이 깊다. 알타이지역에서 우리 민족의 원형이 발견될 수도 있다. 그리고 카스피해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아시아는 석유, 가스 등 자원의 보고다. 미국의 국무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브레진스키는 일찍이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이라는 책을 통해, 앞으로 카스피해를 둘러싼 유라시아지역에서 거대한 체스판이 벌어질 것이라 예견했다.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터키, 이란, 한국 등이 지정학적인 중요하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인도의 전망이 밝다.

초원의 길을 개척하는 경북도의 사업은 경북은 물론, 우리의 진취성을 고취하고 젊은이의 일자리를 개발하며 세계적인 체스판에 진출하는 시의적절한 정책으로서 앞으로 계속 발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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