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역에서 지난 3일(현지시각)사고가 발생했다. 83세 캐나다 여성이 열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에는 구조요원들이 달려와 응급 구조조치를 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노파는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이 위급하고 불행한 사고 현장에 무개념의 한 젊은 남성이 있었다. 사고 현장 옆 승강장에 있던 흰옷을 입은 이 남성은 구조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배경으로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었다. 한 손으로는 V자를 그려 보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 현장에서 셀카를 찍은 젊은 남성의 모습이 상당수 이탈리아 일간지의 1면을 장식했고, 소셜 미디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이탈리아가 충격에 빠졌다. 한 신문은 ‘당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야만성-비극 앞의 셀카찍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라 스팜파는 “인터넷에서 자란 암”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면서 “셀카를 찍은 젊은 남성은 나쁘다기보다 영혼과 인간성을 잃은 채 인터넷의 자동화 기계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셀카 중독증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신종 병증처럼 일어나고 있다. 2014년 18세 미국 여성이 유대인 학살이 자행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웃는 얼굴로 셀카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공분을 샀다. 2015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고층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타는 현장을 배경으로 찍은 한 커플의 사진도 공분의 대상이었다. 밝게 웃으며 찍은 사진 속 커플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남성은 “세상에서 가장 큰 불꽃놀이와 함께 두바이는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한다”는 비상식적인 글까지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김군자 할머니 빈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손혜원의원 등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었다가 결국 사과문까지 냈다. 이보다 앞서 2014년에는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실에서의 셀카 만행이 공개돼 국민적 분노를 샀다. 병원장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들고 환자 옆에서 온갖 추태를 보여 충격을 주었다. 이는 인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 끌기 일탈쯤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 병리적 현상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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