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8일부터 8월 12일까지 66일간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되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어떤 현실에 대한 작가의 감수성과 기억을 기록하고 이를 시각화하려는, 어쩌면 어떤 이에게는 낯설기도 한 도시 새에 관한 작가의 보고서이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현실 사건들이 어떻게 우리의 감성과 관계하고, 그 감성이 어떻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로운 제안을 하고 있다.
이 전시를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새가 ‘되기’를 행위하는 작가의 시각적 축적 과정인데, 원래 아무런 연관 없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사연이 있는 대상(客體)와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작가 스스로 ‘새’라는 존재가 돼 가는 설정을 기반으로 유리상자 전시를 설계한 것이다.
작가 자신은 인간이면서도 새의 환경과 관계, 감성을 상상하고 하나씩 경험하면서 안락하고 평안한 새의 ‘휴식처’ 혹은 ‘서식지’를 구축해가는 과정의 어느 순간까지가 이 전시의 현재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서식지의 이름을 ‘자신이 새가 되어 감흥을 느낄 만큼 편안하고 안전한 섬’이라는 의미로 ‘조감도’라고 지칭한다.
우리에게 자연은 이성적으로는 가까이하고 싶은 친근한 환경으로 유효하지만, 실상은 위험이 제거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한 인간 중심의 편협적인 자연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 주목한다. 이 글에서 작가 내면의 사유들을 명확히 옮기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작가는 ‘새’를 알고, 새를 통해 ‘자신’을 알고 싶어서 새 ‘되기’를 행위하는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도시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새가 ‘되기’로 관계를 설계한다. 작가의 새 ‘되기’를 통해 대상과 관계하고, 관객과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날 것이다. 이제, 유리상자 공간은 새가 조금 전까지 있다가 사라졌다거나, 금방 돌아와서 편히 쉴 서식처, ‘조감도’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