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봉산 유리상자 정혜숙전.
2018년 유리상자 세번째 전시,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2018 Ver.3전’은 회화를 전공한 정혜숙(1977년생)의 설치작업 ‘조감도(鳥感島)’이다.

8일부터 8월 12일까지 66일간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되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어떤 현실에 대한 작가의 감수성과 기억을 기록하고 이를 시각화하려는, 어쩌면 어떤 이에게는 낯설기도 한 도시 새에 관한 작가의 보고서이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현실 사건들이 어떻게 우리의 감성과 관계하고, 그 감성이 어떻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로운 제안을 하고 있다.

이 전시를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새가 ‘되기’를 행위하는 작가의 시각적 축적 과정인데, 원래 아무런 연관 없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사연이 있는 대상(客體)와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작가 스스로 ‘새’라는 존재가 돼 가는 설정을 기반으로 유리상자 전시를 설계한 것이다.

작가 자신은 인간이면서도 새의 환경과 관계, 감성을 상상하고 하나씩 경험하면서 안락하고 평안한 새의 ‘휴식처’ 혹은 ‘서식지’를 구축해가는 과정의 어느 순간까지가 이 전시의 현재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서식지의 이름을 ‘자신이 새가 되어 감흥을 느낄 만큼 편안하고 안전한 섬’이라는 의미로 ‘조감도’라고 지칭한다.

봉산 유리상자 정혜숙전.
작가는 왜, 새 ‘되기’를 고안했을까요? 작가는 이국적인 새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가게, ‘필리핀버드’를 지나다가 우연히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은 것을 시작으로, 경이로울 정도로 화려한 새들을 생존 환경과는 무관하게 상품으로 거래하는 상황을 알게 되고,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어느 순간 현대도시인에게 두렵고 유해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사건 등 작가가 마주하는 새는 어쩌면 인간이 가해하는 생명 있는 ‘자연’의 상징일 수 있다.

우리에게 자연은 이성적으로는 가까이하고 싶은 친근한 환경으로 유효하지만, 실상은 위험이 제거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한 인간 중심의 편협적인 자연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 주목한다. 이 글에서 작가 내면의 사유들을 명확히 옮기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작가는 ‘새’를 알고, 새를 통해 ‘자신’을 알고 싶어서 새 ‘되기’를 행위하는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도시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새가 ‘되기’로 관계를 설계한다. 작가의 새 ‘되기’를 통해 대상과 관계하고, 관객과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날 것이다. 이제, 유리상자 공간은 새가 조금 전까지 있다가 사라졌다거나, 금방 돌아와서 편히 쉴 서식처, ‘조감도’가 되는 것이다.

봉산 유리상자 정혜숙전.
하지만, 유리상자 안에는 새의 존재가 없다. 새장은 비어있고, 새의 놀이기구는 바람에 흔들리기만 하고, 병풍에는 새 그림이 없어 적막함과 허전함이 가득하다. 새가 곧 돌아와서 편히 쉴 공간이라고 하지만, 부재(不在)가 먼저 와 닿는다. 새의 부재는 자연의 부재로 이어지고,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의 결핍을 짐작하게 한다. 눈앞에 펼쳐진 유리상자의 ‘현재’는 다름 아닌 자아와 현실 삶의 성찰을 반영하는 감성적 행위이며, 작가에게 있어서 새의 ‘부재’는 편익과 인간 중심적인 선택에 대한 단순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아니라, 우리들 현실의 삶을 응시하고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려는, 그 속에 예견된 ‘부재’의 두려움을 공감해 드러내려는 그리기이다. 어떤 부재의 현실을 스스로의 ‘되기’ 행위로 번안하려는 이번 유리상자는 예술의 유효성을 추출하는 일상의 살아있는 가치들을 자문하게 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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