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상당수 선거운동원으로···일당 12만원에도 제때 못구해
일부지역 외국인근로자로 대체···道, 근로자 교육·차량임차 지원

5일 오전 10시 30분께 군위군 우보면 박영록(57) 씨의 3300㎡의 마늘(난지형) 논에서 마늘 수확이 한창이다. 일손은 인근 대구등에서 지원을 받았다.
6·13 지방선거에 인력이 대거 동원되면서 농번기를 맞은 농촌지역 인력난에 품삯도 들썩이고 있다.

5일 군위군과 농민들에 따르면 폭우로 인한 피해 입은 과일 열매솎기와 모심기, 마늘·양파 비닐 제거 및 수확 등 필요한 영농철을 맞았지만, 일손부족으로 제때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선거 정국으로 들어서자 농촌 인력이 전부 선거판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군수 후보의 경우 32명, 도의원·군의원 후보는 각각 10명과 8명의 선거사무원을 둘 수 있게 정해놨다. 선거운동원의 인건비는 하루 7만원으로 정해져 있으나 후보 진영마다 활동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웃돈을 얹어주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위읍 지역에는 지난달 29일 폭우를 동반한 우박으로 6.2㏊의 농작물에 손해를 입은 고추·참깨·채소 재배 20여 농가들도 대체 작목을 심어야 하는데, 일손을 구하지 못해 행정기관에 인력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다.

우박 피해를 입은 사과(8.5㏊), 자두(22㏊), 복숭아(5㏊)의 재배 농가들도 일손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군위군 의흥면에서 6000㎡ 규모의 마늘·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A(70) 씨는 “어르신들은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여성 및 젊은 사람들은 힘든 농사보다 훨씬 수월하고 일당도 많이 받는 선거운동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어 일손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복숭아 산지인 영덕지역 상황도 다르지 않다.

복숭아 품질을 향상하고 병해충을 막으려면 탁구공만 한 크기로 자란 알이 더 굵어지기 전에 봉지를 씌워야 하는데, 농가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일손이 귀해지면서 인건비도 치솟아 농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난지형 마늘 수확이 한창인 영천지역 하루 인건비는 여자 8~9만원, 남자12~13만원 선. 지난해 동기간 8∼9만 원보다 10∼20% 정도 올랐다. 그나마 사람이 없어 인력회사를 통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를 쓰고 있다.

만성적 농촌일손 부족에 선거까지 겹친 의성군은 법무부와 제휴해 외국인 근로자 수를 늘렸다.

또, 대학생 일손돕기를 적극 활용해 경북대 상주캠퍼스와 대구 가톨릭대 학생 등 일손돕기에 참여하고 있다.

영천에서 1만2000㎡ 규모로의 농사를 짓는 C(52) 씨는 “마늘은 20일 내에 한번에 수확해야 하는데,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올해는 재배면적은 늘고 작황이 안 좋아 마늘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 이중고를 토로했다. 이 외에도 청송군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는 B(66) 씨는 “선거로 인해 일손을 구하지 못해 공무원 지원을 받아 지난달 말께 사과 열매솎기를 겨우 마칠 수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경북도는 마늘·양파 수확기와 과일 적과 시기에 선거가 치러져 농촌 일손이 부족해지자 일손돕기를 추진하고 있다.

포항·김천·상주·경산시, 영양·영덕·청도·성주군 8곳의 각 농촌인력지원센터도 인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근로자 교육, 차량 임차 등을 돕는다.

이들 센터는 올해 3천690 농가에 4만2천700여 명을 지원해 농가 일손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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