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일부 상인들 현금 선호···월별 환전한도·매출 노출 우려
상품권·현금 영수증 발급 꺼려···시민들 전통시장 외면 요인 작용

경북 최대 전통시장인 죽도시장 내 일부 상인들이 결제 방식에 따라 같은 제품 가격을 다르게 받아 손님과 상인 간 실랑이가 심심찮게 벌어지는 등 소비자 불만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주부 2명이 각각 죽도시장 내 한 건어물 가게에서 똑같은 다시마를 구입했다.

현금을 지급한 주부 A씨에게는 1만5000원을, 포항상품권으로 결제한 주부 B씨에게는 1만6000원을 받았다.

물론 현금영수증 발급은 없었다.

또 다른 건어물 가게에 산모 미역 가격을 문의한 결과 9만원이라고 안내하던 상인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1만원을 깎아주겠다 설명했다. 이어 상품권이나 카드 결제 시에는 할인을 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이 이처럼 ‘현금 장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신용카드 결제 시 수수료가 부담되고 현금영수증 발급 시 매출액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것이다.

상인들은 카드나 상품권을 받지 않는 대신 1000∼2000원 가량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 결과적으로 비슷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포항사랑상품권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는 없지만 월별 환전 한도가 있다는 점과 매출액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 등을 이유로 꼽았다.

포항시 ‘포항사랑 상품권 관리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제11조 제3항에 따르면 개별 가맹점의 환전 한도는 월 1000만원이다.

시장은 개별가맹점의 월 매출 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직전 분기의 매출 증빙자료에 의해 매출 금액의 60%까지 환전 한도를 부여할 수 있다. 이 경우 월 최대한도는 3000만원으로 한다.

월 매출 5000만원이 넘는 사업자가 3000만원 이상의 상품권 매출이 발생할 경우 환전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일부 사업자들은 환전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노출되면 소득세액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상품권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죽도시장상거번영회 관계자는 “일부 장사가 잘되는 대형 가게에서 상품권을 환전하지 못하고 묶이는 경우가 있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자 포항시는 지난 4월 상품권 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설·추석 명절의 당월 및 익월에는 환전 한도를 6000만원까지 높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 이 기간이 아니더라도 환전하고 남은 재고 상품권이 많아 영업상 중대한 손실이 우려 될 경우 연간 2회의 범위에서 재고 상품권의 50%까지 환전 처리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재래시장에서 신용카드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지만 포항사랑상품권은 현금과 같이 취급해야 하는데 이해가 안된다”며 “아마 일부 상인들이 상품권을 환전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노출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수수료 등을 이유로 카드결제를 거부하거나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법상 명백한 위법행위다.

결국 소비자의 발걸음을 대형마트로 돌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주부 남모(47)씨는 “시장에서 카드를 내밀었는데 ‘돈을 더 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거나, 주부 이모(32)씨는 “내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데도 죄책감이 들 때가 있어 재래시장을 안 가게 된다. 가게 되더라도 지갑에 현금부터 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부 B씨는 “상품권을 사용했을 때 1000~2000원을 더 받는 것에 대해 상인들이 오히려 ‘이해해 줘야 한다’며 화내는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특히 어느 가게에서는 상인들끼리 ‘앞으로는 가격을 더 부른 뒤에 깎아주는 척’ 하라는 말까지 듣고는 전통시장으로 갈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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