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상 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 교수
운전자들이 가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교통법규는 무엇일까? 2018년 5월 도로교통공단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대략 운전자 10명 중 4명이 진로변경 시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깜빡하고 켜지 않는 다고해서 방향지시등을 깜빡이라고 부른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증명된 것이다. 이러한 도로위의 현실은 방향지시등을 운전자들이 거의 유일하게 도로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많은 운전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방향지시등이 하는 역할은 절대 대수롭지 않다. 일단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은 도로교통법 제 38조에 1항에 명시된 분명한 운전자의 의무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우회전·유턴·서행·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는 손이나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써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하여야 한다.”라는 것으로, 결국 방향지시등을 제때 켜지 않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이 된다. 그렇기에 만약 단속될 경우 방향전환·진로변경 시 신호 불이행으로 간주되어 승용·승합자동차 기준, 3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또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는 차량은 방향지시등을 켜는 차량에 비해 접촉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감정싸움으로 번져 보복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보복운전의 가장 큰 원인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뒤따르는 차를 배려하지 않는 급격한 진로변경(51.3%) 때문이라고 한다.

보복운전이 유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급격히 차선을 변경하거나 끼어드는 행위가 반복되어 그 행위로 인해서 다른 차량에게 위협이 되는 경우, 난폭운전으로도 입건될 수 있다. 실제로 경찰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난폭운전의 42.8%가 방향지시등 미 점등으로 발생하고 있기에 방향지시등 켜기는 더 이상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여러 이유 때문에, 더 이상 방향지시등 켜기는 선택이나 배려가 아닌 의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특히 진로변경 할 때뿐만 아니라, 좌회전이나 유턴 시에도 반드시 점등을 하여 다른 차량에게 내 차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야 원활한 교통흐름과 더불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잠깐의 노력으로 도로 위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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