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할 말이 없다. 정 누가 물으면 그 노장 이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 그게 내 열반송이다” 불교 조계종 전 종정이자 봉암사 조실인 서암(西庵) 스님의 열반송이다. 임종 직전 제자들이 열반송을 남길 것을 간청하자 “나는 그런 것 없다”며 남긴 임종게다. 소탈하면서도 꼿꼿한 수행승의 진 면목을 보여주고 생을 마감했다.

큰스님들이 열반에 들기 전에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총체적으로 담아 낸 생의 마지막 말은 중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종정 취임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로 유명한 성철스님의 열반송이다. 극구 사양했음에도 종정에 추대되자 취임식장에도 가지 않았을 정도로 평생을 수행자로 살았던 성철스님의 열반송은 준엄한 가르침을 준다.

‘일일부작(一日不作)이면 일일불식(一日不食)’이라는 청규(淸規)를 철저히 지키면서 손수 방 청소와 빨래를 하고 경내의 울력에도 솔선수범한 통도사 큰스님이며 전 종정인 월하 스님도 선승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임종게를 남겼다. “한 물건이 이 육신을 벗어나니 두두 물물이 법신을 나타내네. 가고 머묾을 논하지 말라. 곳곳이 나의 집이니라” 월하스님은 입적하기 전 자신의 다비식 경비를 마련, 불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 세상 저 세상 오고 감은 상관치 않으나 은혜 입은 것이 대천계만큼 큰데 은혜를 갚는 것은 작은 시내 같음을 한스러워 할 뿐이네” 하루 한 끼 공양만 하며 40여 년을 토굴 속에서 눕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는 장좌불와 묵언 수행을 해 온 당대의 선승 청화스님의 열반송이다.

시조 시단의 거목이며 80이 넘은 나이에 매년 여름 겨울 독방에 갇혀 하루 한 끼만 먹는 ‘무문관(無門關) 안거’로 화제가 된 설악산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의 임종게가 마음에 여울진다. “세상엔 좋은 것도 바쁜 것도 없어, 모든 건 바람에 이는 파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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