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 연결돼 기차 타고 고향 가고파"

▲ 포항 노인복지회관에서 만난 백순남 여사가 국가유공자 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남북 철도가 연결돼 저와 인연이 깊은 열차를 타고 북녘 고향으로 가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입니다.”

제 63회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포항시 북구 두호동 노인복지회관 게이트볼 구장에서 만난 백순남(88·포항 장량동) 여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함경남도 함흥시가 고향인 백 여사는 6·25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 함흥역에서 철도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증기 기관차가 언제 함흥역에 도착하고 또 출발했는지, 기관사와 조수가 잘 탑승했는지 총계를 내 철도국에 보고하는 일이었다.

백 여사는 국군 북진으로 함흥을 점령하자 육군 301철도대대에 배속돼 부대 교환수 등 지원 업무를 1년 6개월 동안 담당했다.

그녀는 “길면 1달 정도 피난 생활을 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동료들과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이후 301부대 본부가 있던 영천을 비롯해 부대를 따라 주문진·속초·남원 등 전국 현장을 돌아다녔다”며 “전쟁으로 인해 원치 않게 전국 각지를 도는 ‘역마살’을 겪었다”고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백 여사는 부대 근무 중 포항 송라면이 고향인 철도부대 군인 상사 곽병조(2006년 별세)씨를 만나 결혼해 5남 2녀의 가정을 꾸렸다.

남편은 물론 그녀 또한 2004년 6·25 참전유공 국가유공자로 ‘부부 참전 유공자’다.

▲ 6.25 참전 유공자인 백순남(왼쪽) 여사의 철도부대 근무 당시의 모습.
여성 참전 유공자가 흔하지 않다 보니 유공자증을 제시해도 본인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철도부대 근무 당시 사진을 보여준다고 웃었다.

그녀는 “전쟁 당시 폭격으로 사택에서 잠자던 동료들이 숨지고 철도 다리가 무너지는 것을 보거나 들었다”며 전쟁의 참상을 증언했다.

실향민인 그녀는 지난 2004년 금강산에서 사촌과 만났고, 이어 막내 동생과는 2007년 중국 압록강 근처에서 상봉했다.

특히 지난 4월 19일 북녘 고향이 가까운 강원도 속초에 1박 2일로 딸과 여행을 다녀오면서 속초에서 그녀와 인연이 깊은 기관차를 보고 “한시 바삐 남북 철도가 잘 연결되고 왕래가 돼 자동차가 아닌 저와 인연이 깊은 기차를 타고 고향 선영을 한번 가보는 것을 상상해 봤다”며 소감을 밝혔다.

백순남 여사는 “같은 민족으로써 기아에 허덕이는 가난한 동포에게 지원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지원된 쌀이 군량미로 쓰일지 알 수가 없다”며 “실향민 2세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께서 슬기롭고 좋은 해결책을 찾길 기대한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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