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동양의 전통적 미인은 구색(九色)을 갖춰야 한다. 각각 세 가지의 흰색, 검은색, 붉은색이다. 살결과 이빨, 손은 눈처럼 희어야 하고, 검은 눈동자와 눈썹, 삼단 같은 머릿결이다. 또한 앵두같이 붉은 입술, 홍조 띤 볼, 발그레한 손톱을 갖춰야 미인이었다.

이 같은 미인의 대표적인 작품이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다. 혜원이 그린 미인은 당시 한양에서 가장 잘 나가던 최고 여성이 모델이었을 것이다. 단정하게 트레머리를 올리고 젖가슴이 드러날 만큼이나 짧은 기장, 팔에 달라붙은 듯 좁은 소매의 저고리를 입었다. 겹겹 속치마를 받쳐 입어 풍만하게 보이는 쪽물을 들인 회청색 치마는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안정된 구도를 보여준다. 그림이 퇴색된 것을 감안 하면 옅은 노랑 저고리에 쪽빛 치마다.

그림에는 섬세하게 포인트가 되는 색채와 형상이 담겼다. 머리 오른쪽에 하늘하늘한 검자줏빛 댕기가 단정한 머리 모양에 변화와 생동감을 준다. 또한 오른쪽으로 살짝 돌린 하얀 목덜미의 귀밑머리 몇 가닥은 가는 숨결에도 파르르 날릴듯하다. 왼쪽 겨드랑이 아래로 흘러내린 선홍색 속 고름은 담채의 전체 옷차림의 절묘한 강조점이 된다.

오른손엔 노리개, 왼손엔 옷고름이 살짝 쥐어져 있다. 막 나비매듭 옷고름을 푸는 듯 하기도 하고, 여미는 듯 하기도 하다. 자칫 밋밋한 분위기가 되기 쉬운 치마폭엔 하얀 치마끈을 흘러내리게 해서 힘을 주었다. 왼쪽만 살짝 드러내 보여주는 외씨버선, 고개를 살짝 숙인 다소곳한 여인의 표정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혜원은 화폭에다 ‘가슴 아득히 서린 봄기운을 담아(盤薄胸中萬化春) 붓끝으로 비로소 인물의 참모습을 나타냈다(筆端能與物傳神)’라 화제를 썼다. 혜원의 온정성이 담긴 걸작이다.

조선 시대 이 최고 미인이 대구를 찾아 온다. 간송미술관이 개관 80주년을 맞아 새로운 간송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대구에서 기념 전시회를 연다. 대구미술관에서 16일부터 9월 16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혜원의 ‘미인도’ 외에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단원 김홍도, 겸제 정선 등 조선 최고 거장들의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벌써 마음이 설렌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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