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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으로 배운다] 2. 11·15 포항지진 그 후

경주·포항 문화재 지진피해 예방대책, 고요한 사찰 뒤흔든 잇단 강진···대응전 뒤틀리고 불단 내려앉아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6월10일 18시27분  
규모 5.4의 지진과 여진으로 포항 보경사 대웅전과 적광전이 포벽 벽화 탈락 등의 피해를 입었고, 보경사 승탑 또한 상륜부 기울어짐 등의 피해를 봤다.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글 싣는 순서

1. 9·12 경주지진 그 후
2. 11·15 포항지진 그 후
3. 이탈리아 아마트리체 지진현장을 가다
4. 로마에 산재한 문화재, 그리고 지진피해 복구·예방대책
5. 이탈리아 문화재 담당자 인터뷰
6.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문화재 지진피해 복구·예방대책

△규모 5·4의 지진, 목조문화재를 때리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경주지진과 달리 도시 직하형으로 발생하면서 수많은 인명피해와 건축물 피해를 안겼다. 포항에 산재한 문화재도 피해갈 수 없었다. 보물 제1868호인 보경사 적광전은 천장과 포벽(처마 끝을 지탱하는 나무인 공포와 공포 사이 삼각형 모양의 작은 벽체) 흙 표면이 떨어져 나가거나 불단 하부 박석(얇고 넓적한 돌)이 내려앉기도 했다. 보물 제430호인 보경사 부도(승탑) 또한 상륜부가 기울어지는 등 원형 변화가 생겼다. 경북도지정문화재인 보경사 대웅전(유형문화재 제461호) 또한 포 벽화가 훼손됐고, 유형문화재 제451호인 흥해 향교 대성전도 내림 마루(지붕면에 따라 경사져 내린 마루) 탈락과 더불어 담장과 기와 파손 피해가 잇달았다. 지난해 11월 23일 문화재청은 11·15 포항지진으로 포항과 경주, 영덕 등지 소재 문화재 31건이 피해를 봤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 11일 포항에서는 규모 4.6의 여진이 다시 발생했고, 보경사 대웅전이 또 다시 피해를 입기도 했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가구와 같이 잘 짜여 있어서 견고한 특성을 가진 목조문화재는 5.4의 지진과 4.6의 여진에도 기와나 외벽 미장 탈락 등의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피해를 봤다”면서 “지진 피해를 입은 국가지정문화재 2곳과 도지정문화재 13곳에 대해 항구복구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지정문화재 보경사 적광전과 승탑

지난 5월 29일 다시 찾은 포항 보경사. 2015년 보물로 지정된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는 적광전은 정면 3칸과 측면 2칸의 다포계(多包系) 맞배지붕 건물이었다. 일반적으로 다포계 맞배지붕 건물에서는 측면에 공포를 두지 않으나 적광전은 예외적으로 측면에도 공포가 있다. 다포계 건물에서 흔히 보이는 우물정(井)자 모양 천장인 우물반자는 설치하지 않고 서까래를 그대로 드러낸 연배천장(緣背天障)으로 처리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진앙지인 흥해읍과 많이 떨어졌음에도 지진의 포화를 맞은 적광전은 구조 자체가 뒤틀리지는 않았지만, 포벽이 금이 가거나 흙 표면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보였다. 적광전 뒤편 석축도 일부 붕괴했으나 긴급조치가 이뤄져 있었다. 포항시는 민간자본보존사업을 통해 올해 11월까지 적광전 포벽과 석축 보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보경사 담장을 끼고 뒤편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 중턱에서 만날 수 있는 원진국사 부도(승탑)도 지진의 여파를 받았다. 고려 중기 승려인 원진국사 신승형(申承逈)이 51세에 입적하자 고종이 그를 국사로 추증하고 ‘원진’이라는 시호를 내렸다고 한다. 4.5m 높이의 이 탑 가운데 지붕돌 위의 머리 장식으로 활짝 핀 연꽃 받침 위에 복발(엎어 놓은 그릇 모양의 장식)을 올리고 연꽃조각이 새겨진 돌을 놓은 다음 보주(연꽃 봉오리 모양의 장식)를 얹어서 마무리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옥개석 위에 놓인 이 상륜부는 11·15 포항지진과 여진 때문에 기울어졌고, 모르타르 보조제로 메운 흔적이 보였다. 하대석과 중대석을 잇는 부분과 보주를 얹는 복발에도 균열로 인한 보조제 처리로 보기 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규모 7.0 이상의 더 큰 지진이 오면 비탈면에 세워진 이 승탑이 완전히 기울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10월까지 정밀실측을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며, 올해 11월까지는 민간자본보조사업으로 4000만 원을 들여 승탑 상륜부 보존 처리와 주변 정비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지정유형문화재 제451호 대성전을 품은 포항 향도는 내림 마루 흘림, 담장 파손, 벽면 탈락, 기둥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문화재 담당자가 피해 상황과 복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담장 무너진 흥해 향교 등 도지정문화재도 피해

이팝나무 숲과 인접한 흥해 향교는 지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흥해 향교를 감싼 돌담은 폭삭 내려앉은 상태였고, 도지정유형문화재 제451호 대성전은 뒤편 기둥이 파손돼 있었다. 명륜당의 내림 마루와 기와도 떨어져 나갔고, 뒤편 벽면은 뜯겨 나가기도 했다. 지진에 매우 취약한 흥해 향교 내 건축물의 내림 마루는 회반죽과 구리로 고정해 놓은 상태였다.

도지정유형문화재인 보경사 대웅전도 올해 2월 여진 탓에 공포가 뒤틀리는 피해를 입었고, 포 벽화 일부가 탈락하거나 균열하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대웅전을 지탱하는 활주가 기울어 지고 수미단과 벽에도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포항시는 726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보경사 대웅전에 대해 정밀구조안전진단과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내년 5월 완료된다.

도지정유형문화재 제243호인 포항용계정의 배면 담장과 협문 화장실 기와도 흘러내렸고, 도지정문화재자료인 제남헌과 청하 향교 등도 벽체 탈락이나 균열, 담장 기와류 탈락 등의 피해를 빗겨가지 못했다.

포항시 측은 “문화예술과 내 지진피해조사팀을 편성해 문화재 피해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고, 문화재 돌봄사업단의 협조를 받아 문화재 피해에 대한 교차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면서 “문화재 자체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게 중요한 만큼, 신속한 복구보다는 원형을 보존하는 정확한 복구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 문화재위원장인 정명섭 경북대 건축학과 교수는 “목조건축물이 유연하고 튼튼한 가구식 구조여서 기본적으로 지진 진동이나 외력에 잘 견디는 특성이 있어서 경주와 포항지진에서도 현재의 피해만 입혔지만, 상황이나 위치에 따라 취약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장은 “문화재를 구성하는 기본 구조인 목조와 석조에 대한 구조특성을 파악하는 등 기초 데이터를 우선 확보하고, 전문적인 내진성능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목조는 재료 건전성 유지와 지진진동과 같은 동적하중·횡력에 대한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창방, 인방, 보, 도리 등 횡 방향 부재와 접합부 건전성 유지에 대해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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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조, 경찰, 대학, 유통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