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통계청, 가계·비영리단체 영업 잉여 증가율 1.0%
관광객 감소·청탁금지법 등 원인···내수 촉진 지원책 필요

56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수익 증가율이 지난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회식문화 및 외국인 관광객 감소, 청탁금지법, 최저임금 등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10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영업 잉여 증가율은 1.0%에 그쳤다.

이는 2011년 0.7%를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업 잉여 증가율은 2013년 2.9%를 기록한 이후 2014년 1.9%, 2015년 2.1%, 2016년 2.3% 등 2% 내외를 맴돌다가 지난해 뚝 떨어졌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영업 잉여는 주로 영세 자영업자의 수익을 의미한다. 명칭에 포함된 ‘비영리단체’는 수익사업을 하지 않으므로 실질적으로 ‘가계’, 즉 영세 자영업자의 영업 잉여(수익) 수치를 나타낸다.

서비스업 생산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표적인 서민 창업 업종인 음식점 생산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3.1%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음·식료품 소매업 생산도 9.2% 줄었다. 감소 폭은 2001년(-9.4%) 이후 16년 만에 가장 컸다.

인터넷 강의의 인기로 영세 학원의 퇴출이 이어지면서 학원업 생산도 2009년 이후 9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인터넷 쇼핑 등 소비 트렌드 변화로 문방구(서적·문구용품 소매업),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도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며 활력을 잃고 있다.

자영업 쇠퇴의 원인으로 큰 틀에서 저성장 기조에 따른 소비 위축, 사드(THAAD) 논란으로 촉발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이 꼽힌다.

청탁금지법,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직장 회식을 줄일 수 있는 주 52시간 도입 정책도 자영업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최근의 위기 요인이 이미 고착화된 자영업 시장의 과당 경쟁, 1인 가구의 증가 등 구조적 변화와 겹치며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 경기의 둔화세는 2000년대 들어 이미 본격화됐다.

1988∼1997년의 10년간 가계 영업잉여 연평균 증가율은 12.0%에 달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1998∼2007년에는 2.8%로 뚝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자영업 경기는 반전하지 못해 2008∼2017년 연평균 증가율은 1.7%로 더 쪼그라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의 영업이익률은 2006년 25.1%에서 2016년 11.4%로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도소매업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7.5%에서 4.2%로 둔화했다.

지난해 기준 자영업자는 총 568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천672만5000명)의 21.3%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지만 10% 내외 수준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작지 않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자영업이 무너지면 자칫 한국 경제의 숨통을 죄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고용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영업에서 퇴출 되는 이들은 마땅히 취업할 곳도 없어 내수 촉진 등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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