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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으면서 사전투표의 편리성으로 인하여 사전투표제도가 정착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 경제가 호황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경기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고 국민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있어 악화된 경제사정이 집권여당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야당 대표의 막말과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보수야당의 정책 그리고 무질서한 공천으로 인하여 보수야당은 대구경북지역에서조차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까지만 하더라도 보수야당은 제대로 된 인지도나 호감도가 없는 후보라 하더라도 중앙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었고 따라서 대구경북지역의 선거는 선출직 공무원을 주민이 뽑는 것이 아니라 보수당 지도부가 후보를 임명하면 주민은 이에 대하여 확인해주는 정도의 역할에 지나지 않아 민주주의 선거제도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되었다.

이러한 대구경북지역의 선거풍토는 선출직 공무원들이 지역발전이나 지역민을 위한 노력보다는 보수당 지도부로부터 공천을 받기 위한 노력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대구경북지역의 발전에 상당한 장해가 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유권자인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이 보수당 후보에 대하여 비판 없는 지지를 한 책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대구경북의 여러 지역구에서 여야가 오차범위의 접전 양상을 보임으로써 앞으로 선출직에 나서려는 후보자들이 중앙당만 바라보고 있던 소극적 모습에서 벗어나 대구경북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진심으로 지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역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 기대된다. 그리고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더 이상 지역감정에 따라 투표하는 구시대적인 3김 시대의 망령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영남과 호남의 지역감정 대립에 의한 투표 양상은 1971년 선거에서도 있었지만 본격적인 영호남 지역감정 대립은 신군부의 공수부대를 동원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6월 민주항쟁 후 1987년 선거에서 대구경북은 노태우, 부산경남은 김영삼, 호남은 김대중, 충청은 김종필에 의한 지역 분할구도로 인하여 뚜렷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한국선거에서의 색깔논쟁은 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박정희 후보와 민정당의 윤보선 후보가 맞붙은 선거에서 시작되었다. 이 선거에서 박정희는 쉽게 당선되리라고 예상하였으나 윤보선 선거캠프에서 박정희의 남로당 가입 전력을 들고나와 ‘박정희는 빨갱이다’라고 하면서 색깔론으로 공격하여 박정희는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박정희 선거캠프에서 경제개발에 대하여 청사진을 제시하여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고 하였으나 서울에서는 북한 월남인들이 많았고 한국전쟁 당시 공산치하에서 숨죽여 살았던 서울 시민들은 반공정신이 엄청나게 강하여 박정희의 경제개발 공약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윤보선의 박정희에 대한 색깔론은 대성공을 거두어 서울에서는 윤보선이 박정희를 두 배 이상 앞섰고 인민군의 침략으로 인하여 피해가 컸던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까지 윤보선이 박정희를 이겼다.

그러나 경상도와 전라도의 농민들은 99칸짜리 양반 가문 출신인 윤보선이 아니라 농민 출신인 박정희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였다. 1963년 선거에서 박정희는 제주도에서 윤보선보다 두 배가 넘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그다음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많은 표를 받아서 근소한 차이로 윤보선을 누르고 당선할 수 있었다.

1963년 선거에서 박정희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였던 제주도는 1948년 ‘제주 4.3사건’ 당시 미 군정과 군경에 의하여 민간인 학살이 컸던 곳이다. 전라도는 ‘제주 4.3사건’ 진압명령을 받은 여수 주둔의 국방경비대 14연대가 출동지시를 거부하며 정부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민간인 1만1,131명이 희생당한 지역이다. 그리고 경상도는 1946년 10월 미 군정의 실정에 따른 파업으로 발화되어 군경토벌대에 의하여 대구경북지역에서만 민간인 1만5,000명이 학살당한 곳이다. 박정희의 친형 박상희도 이때 군경토벌대에 의하여 피살되었다.

이와같이 미 군정과 군경토벌대에 의하여 많은 민간인이 무고하게 학살당한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서 박정희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였다. 그런데 박정희는 이들 지역의 지지로 어렵게 당선되었으나 반공을 국시로 내세우며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지역의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상을 역사의 땅에 파묻었다. 그리고 지금 윤보선에 뿌리를 둔 민주당이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그 영령들을 위로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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