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날이 밝았다. 북의 핵 문제가 해결되느냐, 아니면 한반도가 위기에 직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를 뜻하는 센토사 섬에서 한반도에 냉전의 그늘을 걷어내고 평화가 찾아오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또한 이번 담판을 통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세계 질서 속 정상국가의 일원으로 편입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이 한둘이 아니다. 어제까지도 합의문 최종 조율이 안 돼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봐서 오늘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어제 오전과 오후 연거푸 만났지만 표정이 좋지 않다는 현지 전언이었다. 성 김 대사와 최 부상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문에 담을지에 대해 마지막 조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 북한 체제안전보장책의 유효성을 지속해서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체제안전보장) 관련 문구에 대해서도 조율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뿐 아니라 핵탄두,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핵 무력의 핵심을 조기에 해외 반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절충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북미 양측이 사실상 모든 합의를 마치고 합의 문구를 조정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막판까지 쟁점 사항의 접점이 좁혀지지 않아 이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란 상반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 정상회담의 이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정상회담의 구체적 합의 내용에 이들의 협상 결과가 담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논의에는 양국 정상의 견해가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돼 협의가 진행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을 통한 9·19 공동성명 채택 등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내놓은 의미 있는 성과들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합의사항 미이행 등으로 약속은 파기됐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과거 사례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북미 정상은 ‘세기의 담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합의 사항이 성실히 이행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하나하나 문구로 명확하게 기록해서 사인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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