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CVID 못 박는다" vs 김정은 "CVIG 확약 먼저"
비핵화-체제보장 빅딜 성사 여부에 지구촌 이목 집중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12일 북미정상회담장에서 어느 쪽이 웃고 나올지에 이목이 쏠린다.

양국 정상은 그동안 “꼬마 로켓맨”(김정은), “늙다리 미치광이”(트럼프) 등 막말을 주고받으며 ‘말의 전쟁’을 벌이긴 했지만 파격적 승부수를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는 과감한 승부사 기질이라는 공통점도 보여줬다. 회담 초반의 ‘골든타임’에 두 정상이 어떤 카드를 내걸고 ‘밀고 당기기’를 하느냐가 이번 비핵화 협상의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하는데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의 직감으로, 1분 이내면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승부사’임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는 중요한 협상 전략이 담겨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의 성공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합의 문건에 명문화 할 수 있느냐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남북 정상 간 합의인 ‘판문점 선언’에서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이어받아 보다 명확하고 가시적인 비핵화 목표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미루더라도 최소한 CVID 목표를 명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에 명기된 CVID를 북미 양측의 공동목표로 못 박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또, CVID 명문화를 넘어 아예 CVID의 목표 시한까지 못 박을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1기 일정을 감안해 앞으로 2년 이후인 오는 2020년까지 북한 비핵화를 완성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최대한 신속하게 비핵화 목표를 이행함으로써 북핵으로부터 초래되는 국가적 안보위협을 서둘러 제거하는 동시에, 재선에 도전할 2020년 대선정국을 겨냥한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북미 협상의 미국 측 ‘총책’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VID를 또다시 공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의 나라를 위해 CVID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CVID가 북한 비핵화 로드맵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성격이라면, 그 첫걸음에 해당하는 초기조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핵동결→신고→검증→불능화→핵폐기로 이어지는 다단계적 접근이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가장 어려운 단계인 핵폐기부터 과감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쟁점은 북한 핵무기 일부의 국외반출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핵무력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을 수개월 안에 일부 해외 반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으로서는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실무협의에서 접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북미 정상의 담판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당근’에 따라 어떤 선택을 내릴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문에 CVID를 명기하면서 그 달성 시기까지 못 박으려 한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상응하는 보상으로서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의 확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정치적 선언’을 넘어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 나아가 전폭적인 경제 지원을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외교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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